한국일보

만사형통의 길

2018-10-03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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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터 현자들은 좋은 책은 좋은 친구이고, 좋은 책을 가려보는 것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책은 점점 우리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14년도 생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성인 10명 가운데 3,4명이 1년에 책 한권 안 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기껏해야 하루 평균 6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접국인 일본의 경우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틈만 나면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이들이 자하철이나 버스에 올라타서 자연스럽게 책 한권씩을 들고 읽고 있는 모습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제 여론조사 기관 NOP 월드가 세계 30개국 3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시간 조사결과 한국국민의 독서량은 꼴찌를 기록했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현 시대에서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발전과 미래성장에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벌써부터 책 읽기 혁명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국은 전국의 모든 아기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막상 선진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독서상황은 어떠한가. 뉴욕, 뉴저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미국의 공립도서관에 있는 한국 도서량을 보면 한인들의 독서율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서는 불과 소량이고 그에 따라 도서관을 찾는 한인들의 수는 물론, 책을 빌려 읽는 한인들의 독서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서점도 한인들의 독서량 결핍으로 인해 계속 이어나가기도 힘들다고들 야단이다.

60-70년대 좋은 책을 싼 값으로 구입하기 위해 한국 청계천에 즐비한 중고 서적 가게들을 수없이 드나들곤 하던 그 시절과 너무도 판이한 현실이다. 이처럼 낮은 독서율로 한국이나 미주한인사회가 차원 있는 나라, 수준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을까.

2년전, 미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잡지 뉴요커가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는 칼럼으로 한국인의 낮은 독서율을 꼬집은 적이 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살이 찌고 무형의 자산이 많이 생긴다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간단한 스마트 폰에 자신의 영혼을 떠맡기고 책 읽기를 멀리 하고 있다. 종이에서 오는 즐거움을 마다하고 기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고 있는 것이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청명하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맑은 공기가 가을의 문을 열고 있다. 독서로 영혼을 살찌우기에 충분한 계절이다.

인간은 돈과 물질에 대한 탐욕만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독서를 통해 이성이 성장하고 선과 악을 구별하여 물질적인 탐욕에서 멀어져야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자들이 남긴 글에서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그들이 옳다고 하는 기록들을 우리가 시간을 줄여 터득할 수 있음은 그야말로 큰 축복이고 고마움이다. 훌륭한 위인들이 남긴 주옥같은글이나 말들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보물과도 같다.

노자는 글을 좋아하는 마음이 극치에 달하면 눈과 귀가 다섯 가지 색을 보는 듯 즐겁고, 입은 다섯 가지 말을 느끼듯 달고, 마음은 천하를 얻는 듯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독서에서 얻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내가 천하에 귀해지고 싶고 어리석으면서 지혜로워지고 싶고, 가난하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길은 오로지 독서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만사형통하려면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권의 책, 어느 한 글귀가 한 인간의 생을 성공, 혹은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나는 어느 책을 보고 이렇게 살았다고 하는 경험담이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도 짧고 열악한 생을 더 길고
값지게 만들려면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과 부지런히 사귀면서 그들이 걸어온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책과 가까이 하는 길 밖에 없다. juyoung@ kj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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