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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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51년

2018-10-01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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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칼럼의 제목으로 내건 ‘단기 4351년’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단기(檀紀)를 거의 안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단기와 서기(西紀)를 병용하였다. 서기는 물론 예수 탄생의 해를 기점으로 만든 서양의 연호(年號)이고, 단기는 고조선(古朝鮮)의 건국을 가리키는 연호이다. 이것은 신화(神話)시대까지를 포함한 햇수이므로 실생활에는 거의 쓰지 않고 서기를 따르고 있다.

영어 약자로는 기원 전, 즉 서기 전을 BC로 쓰고, 서기 후를 AD로 쓴다. BC는 Before Christ의 약자이고, AD는 라틴어의 Anno Domini 즉 ‘주님 이후’의 약자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기원전 2333년에 단군(檀君) 왕건(王建)이 조선을 여신 해로 적혀있다. 기원전 2333+기원후 2018=4351년이라는 단기(檀紀)가 산출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신화를 잠깐 소개한다. 하늘에 살던 환웅(桓雄)이 천하(天下=세상)를 자주 내려다 보았다. 사람들의 세상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세상에 내려가 저 사람들을 다스리면 하늘에 사는 것 보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땅으로 내려온 것이 바로 조선의 태백산(현재의 묘향산)이었다.


이 세상에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자손이 있어야 하고, 자손을 가지려면 여자가 있어야 한다. 이 때 환웅 앞에 나타난 것은 곰과 호랑이었다. 환웅은 어느 쪽을 여자로 만들까 하고 생각하다가 시험문제를 냈다.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이 걸 먹고 100일 동안 햇볕이 보이지 않는 굴에서 살다가 오너라.”고 하였다. 호랑이는 참을성이 없어 이 테스트에 실격하고 곰이 합격하여 여자가 탄생하였다. 이 처음 여자를 환웅은 웅녀(熊女)라고 이름 지었다. 곰에서 탄생한 여자란 뜻이다. 웅녀는 곰처럼 강한 여인이고, 조선족은 그녀의 후예이기 때문에 본래가 강인(强忍)한 성품을 타고 났다고 한다.

조선의 단군을 영어로는 Sha man King으로 표기하여 무당으로 나타낸 것은 잘못된 영어표기가 아닌가 싶다. 조선을 일으킨 환웅을 광명(光明)의 신으로, 그의 부인 웅녀를 암흑의 신으로 말한다. 즉 빛을 다스리는 신과 어둠을 다스리는 신의 조화로서 탄생된 것이 조선 사람이란 해석인데, 고래 조선인의 재미있는 인간관으로 보인다. 동시에 환웅은 하늘(天)을 가리키고, 웅녀는 땅(地)을 가리켰기 때문에 조선의 첫 인간들은 천지의 조화로서 탄생된 생명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화의 사상적 특징은 1. 인본주의(人本主義) 2. 자주적 주체성(主體性) 3. 조화(調和)의 정신으로 분석할 수 있다. 환웅이 인간들의 세상을 탐냈다는 것이 인본주의를 가리키며, 우리나라를 중국의 제후국(諸侯國)이 아닌 천자(天子)의 나라로 천명한 것은 우리의 자주적 주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환웅과 웅녀의 결합을 천지인(天地人)의 결합으로 해석한 것도 분명히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로서 우리나라가 탄생되었음을 나타낸다.

현대 정치에서 남북한이 모두 자주(自主)를 무척 강조하고 있는데 주변 강국들을 의존하지 않는 나라임을 천명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좋으나 그것도 ‘자주적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고대 건국신화의 공통성을 정리하면 두 가지 종류로 요약된다. 하나는 하늘과의 관련으로 신화를 풀어나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과의 관련에서 풀어나갔다는 특색을 지닌다. 고조선의 단군신화도 하늘에서 내려온 단군으로 되어있고, 고구려의 주몽신화도 역시 하늘에서 내려온 인간으로 나타냈다. 그리고 신화는 반드시 동물과의 관련성을 지닌다. 단군신화는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고, 주몽신화에서는 물고기와 자라가 등장한다. 거기에 반하여 성경의 창조설화는 동물인 뱀이 유혹자(악마)로 등장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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