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나라 여행의 시대

2018-09-2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크게 작게
1473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난 코페루니쿠스. 세상에 둘도 없는 진리처럼 믿어졌던 천동설을 부인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인물이다. 그동안 믿어왔던 지구가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따라 도는 천동설. 그게 아니고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거다. 입증의 근거는 그가 연구한 천문학 덕분이었다.

하긴, 기원전 3세기인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코스는 이미 태양 중심체계를 처음 주장했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증할 충분한 천문 과학적 자료가 없었기에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천동설을 주장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렐레스.

세기의 철학자도 우주론에서만큼은 우매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코페루니쿠스가 태어난 지 545년. 지금의 세상은.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 있다면 기절을 할 것 같다. 사람이 달을 다녀오고, 태양계와 우주계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전자망원경의 발달로 우주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도 밝혀졌다.


지난 14일.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창립자 일론 머스크. 트위터를 통해 달나라를 여행할 민간인 여행객 모집을 보도했다. 우주선은 스페이스X사가 만든 차세대 우주선 BFR(Big Falcon Rocket). 이어 머스크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중년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42)가 달 여행객 주인공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유사쿠는 자신의 달 여행에 함께 할 전 세계에서 6명 혹은 8명의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을 초대한단다. 경비는 물론 유사쿠가 대고. 머스크는 유사쿠가 우주선 건립에 필요한 돈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그 돈의 액수가 약 1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 전했다. 달 여행은 2023년 진행될 예정이다.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69년 7월16일, 아폴로11호에서다. 우주선엔 선장 닐 암스트롱, 사령선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와 달 착륙선조종사 버즈 올드린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발을 디뎠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약진이다”.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디며 한 말이다.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은 대통령 존F케네디에게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렇게 연설했다. “19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라고. 이 말은 아폴로11호에 의해 현실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은 1972년, 아폴로17호까지 총 6번의 달 착륙을 실행했고 12명의 우주인이 달에 발을 디디고 돌아왔다.

우주선이 유사쿠 등을 태우고 2023년 달에 도착한다. 5년이 남았다. 그렇게 되면 약 반 세기만에 이루어지는 인류의 달나라 발 디딤이 된다. 달나라 여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투어 여행신청을 할 것 같다. 드디어 좁은 지구촌을 벗어난 민간인의 우주로의 여행의 첫 발이 내디디어지게 된다.

달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다. 달과 지구.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의 끈으로 엮어져 있다. 45억6,7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구. 약 1억년 후 지구에 ‘테이아’라는 미행성(planetesimal)이 충돌한다. 이 충돌에서 튀어나간 지구와 미행성이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달. 설득력이 가장 강하다.

달은 지구를, 지구는 태양을 돌고. 태양은 또 은하계의 중심을 돌고. 돌고 도는 우주다. 그런데 이 우주에 생명을 잉태한 천체는 지구밖에 없다. 생명의 탄생 신비를 안고 있는 지구. 수천억, 수조 억 개의 별과 그 별을 돌고 있는 행성들. 그렇게 많은 천체 중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생명체의 고향. 지구. 그리고 단짝인 달.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 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의 ‘반달’전문이다. 이제 그 반달에 민간인들이 여행할 날이 멀지 않았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