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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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슬픈 이유

2018-09-29 (토) 방준재/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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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우리 세대(世代)란 1945년 해방 전후 30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즉 나이로 나이로는 위로 100세 전후, 아래로는 40대까지 아우를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필자는 1945년에 태어났다. 이때 태어난 사람을 ‘해방둥이’라고부른다. 태어났던 해가 해방된 해인지, 어찌 알겠냐마는 훗날 역사라는 것을 통해 알게 되고 생후 5년 뒤에 6.25전쟁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역사중 가장 처참한 사건을 내 어린 눈으로 생생하게 보았다.

1950년 여름, 당시 우리 식구는 진주 남강변에 있는 ‘뒤벼리’라는 친척집에 피신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진주의 하늘을 새까맣게 B-29 폭격기가 덮었다. 그리고 그 비행기 떼가 지나간 다음날 고향 진주는 문자 그대로 폐허가 되고 쑥밭이 되고 말았다.


6.25전쟁, 거기에 뒤따른 고행 진주폭격, 그것이 대한민국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해방, 그리고 뒤따른 참혹한 전쟁의 기억이다. 그 후 내 삶의 몇 년 간은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의 일상생활,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가고 운동 하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날리고 재기차기, 그리고 학교대항 배구시합에 다니고 등등….

그후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4.19가 터졌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하와이로 떠나던 날, 도로변에 줄서있던 시민들은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었다. 당시 이 광경을 신문을 통해 보았다.

그때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 생각했다. 권좌에서 몰아낼 때는 언제고, 망명길에 나선 대통령을 배웅길에 서서 눈물을 철철 흘리는 시민들, 두 개 위 사실이 잘 연결되질 않았다. 사회가 어수선하듯, 학내도 질서란 하나도 없었다. 학생 깡패끼리 싸우질 않나, 화장실에 가기도 겁날 지경이었고 선생님들께 폭력을 휘두르질 않나 어수선 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5.16혁명이 1961년에 일어났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런데 1997년 IMF가 조국 강토에 불어 닥쳤다. 잘나가던 대한민국이 깡통 차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나의 친구들이 세상의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50대 초반, 한창 젊은 나이에 사회에서 강제 퇴역돼 버린 것이다. ‘사오정’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20년세월이 강토에 또 흘렀다. 난데없이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새 정권이 들어서고 나의 친구나 세대들은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르는 듯하다.

자유가 걸려있는 이 싸움에서 그들은 신발매를 단단히 매고라도 있는가. 고요한 이 새벽에 그들에게 분명히 묻고 있다.

<방준재/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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