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라콘의 법

2018-09-26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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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세기 후반에 고대 아테네에 드라콘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그가 그리스의 기존 관습법을 명문화하여 최초의 성문법을 만들었다. 일명 ‘드라콘의 법’이다. 이 법이 얼마나 가혹한지 하다못해 채소나 과일을 훔친 자에게도 사형을 때려 이 법은 매우 악명 높은 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전에 대해 훗날 아테네의 웅변가 데마데스는 “잉크가 아니라 피로 쓰여졌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런데 이러한 끔찍한 법이 지금도 이 지구상에 버젓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 2,500만명이 살고 있는 북한이다. 이들을 다스리고 있는 지도자 김정은의 이름하에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있는 법, 그야말로 가혹할 정도의 무서운 ‘피의 법전’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북한군 내 서열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자신의 행사에서 졸고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그를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김정은의 측근들은 김정은이 하는 발언에 만의 하나라도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토를 달다가는 불경한 죄로 목이 달아나게 된다. 결국 김정은이 한마디 하면 그것은 마치 신이 내린 계명처럼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나라이다. 여기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자면 김정은 앞에서 절대 졸아서는 안 되고 입을 굳게 다물고 사는 길 뿐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북한이 처한 현주소다.

이런 나라에 무슨 발전이 있고, 국민의 풍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북한의 김정은이 최근 세계로 나와 비핵화를 하겠다며 놀라울 정도의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진심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에게 정말 비핵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안개에 쌓인 거짓인가.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부지런히 갖는 그의 행보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북한의 백두산 천지까지 가서 김정은과 평양 주민의 환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마치 우리가 금방 통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곧이어 방문하고 또 미국은 김정은과 2차 북미회담을 제안하고 등등… 숨 가쁠 정도로 일정이 돌아가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나 우리가 너무 빨리 장밋빛 환상에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북한 땅은 지금 김정은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피의 법전으로 붉게 물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북한 방문에서 “우리 한민족은 5,000년은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하나가 되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북한에 가서 공포에 짓눌려 살지 말고 자유로운 대한민국 땅에서 자유롭게 살자고 부르짖고 있다. 미국도 남북한 평화회담을 적극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아직 애매모호하다며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닌 가 우려를 하고 있다.

남한에는 현재 탈북자 3만명이 살고 있다. 북한 땅 사선을 넘어 자유의 품에 안긴 탈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북한의 주민들은 낮에는 김정은을 찬양하고 밤에는 이불 속에서 남한의 비디오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남한의 생활상이 담긴 비디오와 탈북자들의 남한에 자유롭고 평화롭게 정착해서 사는 생활이 북한에 더 알려져 탈북자들이 3만명을 넘어 30만, 300만명으로 늘어나야 저절로 통일이 되고 북한 주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아테네의 피의 법전, 드라콘 법은 당시 내용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얼마 안 가 살인에 대한 법규만 남겨놓고 모두 폐지됐다고 한다. 오늘날 김정은은 아직도 자신이 만든 가혹한 피의 법전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비핵화의 의지가 있다면 이 악법부터 우선 폐기하고 자유세계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법으로 바꾸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우선 돼야 그가 소위 말하는 비핵화의지의 진정성을 우리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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