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럴 줄 알았다니까

2018-09-26 (수) 김선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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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9월18일부터 9월20일까지 북한의 김정은에게서 분에 넘치는 특별한 환대를 받고 돌아와 회담의 성과를 자화자찬 하면서 영혼은 아직도 북한의 하늘 위를 떠돌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북한의 핵포기 프로그램의 구체화’이다. 그러나 9월19일자 공동선언문을 보면 이 의제에는 아무 것도 새롭게 결의된 것이 없다. 이 선언문을 가지고 큰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면 초등학교 시절의 국어점수를 검열하여 보아야 될 것 같다.

우선 5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보면 최우선 과제인 비핵화에 관한 과제가 마지막 항목에 기술되었다는 것은 그 과제가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항목별로 검토하여 보면, 제1항은 김대중과 노무현정부의 합의문에서 상투적으로 해오던 ‘…하기로 하였다’라는 반복일 뿐이다. 제2항, 제3항 그리고 제4항은 한마디로 돈을 무제한으로 퍼주겠다는 약속일 뿐, 비핵화와는 상관이 없는 문구들이다. 마지못해 삽입되어 있는 제5항에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하여 아무런 진전이 없는 단어들의 나열일 뿐이다.

이 항에서 특히 유의하여 볼 것은 제2절의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이 말 뜻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미군이 철수하면’인 것이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이행한다는 것이 아니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라고 하였다. 문대통령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도 아니면 적화통일의 지름길을 천재적인 감각으로 유도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0여명이라는 거대한 수행원들을 이끌고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면서 이번에 행한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그램의 진전을 위한 회담이 아니고 최 호화판 백두산 관광여행에 불과하였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들은 생애최고의 3일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대통령의 너무 기뻐서 다물지 못하는 입과 김정은의 평소와 달리 불그스레하게 상기된 얼굴과 경직된 자세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김정은의 표정에는 기쁨과 불안·초조함을 함께 읽을 수 있어 무엇이 그를 그처럼 초초하게 하였는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또한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도 넌센스로 들린다. 자국에서도 외출시 자신의 탑승차량을 숨기기 위하여 똑같은 3대의 차량을 운행하는 위인이 아직까지는 적국의 수도인 서울에 과연 올 수 있을까?

<김선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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