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대립되던 냉전시대와 달리 신냉전시대의 미국은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도 상대해야 하는 이중 딜레마에 빠져 있다. 두 강대국이 힘을 합치면 미국의 초국가적 위상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초 막강한 경제력으로 미국을 뒤흔든 중국과 미국의 모든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미사일인 사르마트 생산에 들어갔다며 군사력 우위를 호언하는 러시아가 포진한 현국제정세는 신냉전시대를 방불케 한다.
특히 러시아의 극비 전략무기인 대형 핵추진 어뢰인 해양 다목적 스타터스 6는 사정거리 1만 킬로에 위력은 100메가톤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중국, 프랑스, 인도 등 모든 핵보유국의 핵무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위력을 갖는다. 초강력 핵무기로 무장한 러시아는 그동안 유럽의 나토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방위노선에 의한 이중압박을 정면으로 도전하며 세계 1위의 군사력 탈환이라는 국가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이러한 틈바구니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활개치는 신냉전시대에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마저 떠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세계 최고의 국방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초국가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미국의 신냉전시대 전략을 살펴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이 얼마나 무모한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으며 성장과 팽창에만 올인한 부실한 중국의 경제구조가 미국의 경제제재의 직격탄에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러시아 또한 첨단 신무기 개발 등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며 신냉전시대의 승리를 선포했으나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족쇄가 되었다. 미국은 1972년 체결되어 냉전시대에 미소간의 핵전쟁을 방지했던 탄도미사일 조약 (ABM Treaty)을 2002년 스스로 파기하며 MD 구축을 강화하여 신냉전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이에 분노한 러시아는 핵무기개발에 더욱 매진하며 신냉전시대를 부활시키는데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유럽에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여 러시아의 팽창을 봉쇄했으며 동북아에서도 사드 배치를 기점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로 극동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세력팽창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더욱이 몇몇 첨단 핵무기개발에서 러시아가 선전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반적인 군사기술력에서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봉쇄당한 러시아에 미국이 경제제재마저 강화할 경우 다시금 경제위기로 인한 국가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냉전시대에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하는 길은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남북평화를 유도하고 경제협력으로 공동번영을 도모하여 한반도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영세중립국을 선언하여 국제사회의 어떠한 이권이나 패권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며 점진적인 자주평화통일의 길로 함께 나가야 한다. 이것만이 열강의 전투장이 되어왔던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종식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아우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산권과 민주진영의 극렬한 이념대립의 소용돌이속에 희생양이 되어 분단의 극한점에서 냉전시대 서막이라는 인류사의 비극을 초래했다. 냉전시대를 통 털어 한반도가 대륙의 북, 중, 러와 해양의 한,미,일이 대치하는 중심에 선 것이다. 비록 자주적 평화통일로 한반도내 냉전이 종식된다 해도 동북아 정세는 신냉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 러시아와 중국과의 서태평양 패권경쟁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 패권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길은 한반도가 자주국방차원에서 영세 중립국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한반도가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주변 열강들의 동북아 패권경쟁이 만들어내는 정치판에서 주인공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가 영세중립화 되면 미,일,중,러 어느 국가와도 이권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오히려 동북아 세력균형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각국가와 한반도와의 관계가 세력균형에 절대적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 이것은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정착과 안보에 구심점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지정학적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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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