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있기에 내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나라의 것이고 국민의 것이다.”
기원전 700년전 스파르타의 왕 뤼쿠르고스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치세를 펼쳐 역사에 길이 남아있는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스파르타의 정치, 경제, 군사, 교육, 육아 등에 관해 바른 행정을 펼치기 위해 각 분야별 시민의회를 구성, 시민이 통제하는 국가로 발전시켰다. 예를 들면 그는 고을의 9,000필지를 9,000명의 주민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식으로 나라를 다스려 훗날 많은 국가들의 이상적 모델이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어떤 자세로 이 거대한 미국을 이끌고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그는 줄곧 미국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국경에 장벽 설치, 불체자 추방 등 반이민정책으로 유색인종을 불안케 하면서 백인위주 정책을 계속 펼쳐왔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이민자 체포, 추방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강제 추방 이민자가 벌써 4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이민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보다 못한 미국의 원로 언론인, 심지어 백악관 내부 관리들이 최근 그의 실정을 익명으로 폭로하고 나서 정계는 물론, 미국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익명의 기고자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성품과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게는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동맹국에는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심지어 나토 동맹국에 전쟁이 나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며 기고자의 신원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기고자의 신원을 절대 밝히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도 얼마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깨어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었다. 우드워드는 이번에 출간한 저서 ‘공포(FEAR) 백악관의 트럼프’를 통해 약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그가 국가안보나 재정안정, 또는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조치에 서명하거나 지시를 내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는 자신을 선택해준 저소득층 백인들의 콘크리트 지지층만을 등에 업고 단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든 빠져나가 차기 대선에 성공하겠다는 데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가 매달리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당연한 절대명제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민생문제를 뒤로 하고 차기 대선성공만을 위해 북한문제에만 공을 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는 벌써부터 ‘김정은을 신뢰한다’, ‘땡큐 김정은’ 해가며 워싱턴 백악관에 김정은을 초대한다는 계획으로 떠들썩하고 있다.
트럼프는 서민들의 가장 절박한 생계문제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는 평생 돈 걱정, 생계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부자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리더라면 우선 다른 치적도 좋지만,뤼쿠르고스처럼 국가행정의 가장 우선순위가 서민들의 윤택한 경제, 즉 먹고 사는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이 바로 국가행정의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해야 옳다.
미국경제가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같은 서민들의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뉴욕주만 해도 주민 9명중 한명이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15-2017년 ‘식료품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주민의 10.9%에 해당하는 85만 여명이 식료품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뉴저지도 전체 주민의 8.8%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는 수치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미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트럼프는 먼저 서민들의 절박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이 민생문제 해결이 아닐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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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