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약 같은 친구

2018-09-08 (토)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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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사, 생애에 있어서 금전문제로 친구지간에는 물론이요, 부자, 모자지간에도 법정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몇 잎 되지도 않는 돈 때문에 천륜, 인륜을 져버리는 세상, 부끄러운 인면수심에 찬 인간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미담이 있어 소개한다.

얼마 전 친구 부인들까지 동반해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모였을 때 이야기다. 제이 라는 친구가 암수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다른 부위에 전혀 전이가 된 게 없다고 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거하게 한 잔 내는 자리를 만들었다.

나이가 들다보니 주위의 벗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고 적적할 때 말동무라도 되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손꼽을 정도로 없다보니 생명을 위협하는 병세가 아니라니 눈물겹도록 고마운 심정이 었는데, 이 친구 역시 자신을 끔찍이 생각해주는 내 마음에 답례로 한다는 일성(一聲)이, “자네는 정말 보약 같은 친구네.” 라는 거였다.


지난 7월10일 이태리 사디니아 시 근교에서 스쿠터를 몰고 촬영장에 가던 조지 클루니가 레인을 넘어 달려오던 벤츠 승용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로 긴급 후송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천만다행으로 경미한 부상만을 치료받고 당일 퇴원할 수 있었다는 낭보를 접했지만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조지 클루니 하면 주지하는 대로, 명배우이자 영화감독, 제작자요 시나리오 작가 활동에다 사업가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세 번의 골든 글로브상, 두 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바로 이, 클루니가 몇 년 전에 친구 열 네명에게 각 각 100만 달러를 선물로 주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우정의 척도를 어찌 금전 또는 선물로 가늠하겠냐마는 세상에서 ‘친구가 최고’ 라고 한 평소 그의 철학이야 말로 돈 몇 푼에 혈연, 우정까지 끊고 버리는 현 세태에서 가슴을 때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조지 클루니는 선물과 함께 "너희가 얼마나 소중한지, 또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으면 한다"며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이 글을 쓰면서 과연 나는 돈이 있다면 클루니처럼 진정으로 선심을 쓸 수 있는 친구, 지인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열 네명까지는 안 되지만 몇 몇은 되지 않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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