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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의 인테그리티(Integrity)

2018-09-07 (금) 권태진/변호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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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애리조나 주 집에서 나오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시신 운구차 뒤 유리창에 ‘인테그리티’의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인테그리티는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표현하자니 쉽지 않은 것 같다. 영한사전은 ‘고결’ ‘성실’ ‘청렴’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영어 사전은 ‘엄격한 윤리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윤리학에는 사람의 행위와 도덕성을 말할 때 원칙의 태두리 안에서 계속 행동할 때 ‘인테그리티를 가진 사람’으로 말해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말 같다. 인테그리티는 일반인보다 정치인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 3일간 매케인의 추모행사가 있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장례식에는 민주, 공화 양당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소위 워싱턴 정가의 전직 현직 엘리트들이 모두 참여했다. Washington National Cathedral에서 거행된 2시간 반의 장례예배는 여려 방송국에서 방영되었다. 이 장례예배를 보면서 매케인의 장의차 뒤 유리에 새겨진 ‘인테그리티’에 대한 뜻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월맹 포로 중 미국정부와 월맹정부가 그의 석방을 합의 했지만 특혜를 거절하고 5년 반을 혹독한 고문속에서도 군인으로서 인테그리티를 지켰다. 35년의 의회활동 중 소속정당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대로 움직여 소위 매버릭(maverick)이란 칭호도 받았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반대하여 법안을 저지한 것은 하나의 좋은 본보기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이민자들을 위한 이민법 개혁에 변함없이 힘써 그의 인테그리티를 보여 주었다.

존 매케인의 인테그리티를 여러 인사들의 조사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반대당 상원의원이었던 조셉 리버멘은 매케인은 ‘미국외교정책의 고귀성에는 인간의 가치와 미국의 가치’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국무장관으로서 매케인의 석방에 노력했던 95세의 헨리 키신저는 매케인은 ‘도덕적 의무를 지닌 국민적 양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테그리티’의 부재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매케인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되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을 찬양한 후 ‘용감한 것처럼 강한 것처럼 보이려고 위장하는 정치야말로 바로 두려움에서 오는 정치’라고 트럼프를 힐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그를 높이 찬양한 후 ‘매케인은 권력의 남용을 미워했으며 외고집과 함께 할 수 없었으며 거드름피우는 폭군과 함께 할 수 없었다’고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했다.

이번 조사 중에서 딸 메간 매케인의 조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했다. 그녀는 트럼프대통령의 트위트 등에 올리는 글들을 겨냥하여 ‘값싼 글’로 규정하고 ‘존 매케인의 아메리카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을 환영하며 담대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존 매케인의 그 아메리카는 다시 위대하게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아메리카는 항상 위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을 때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례식에서 박수는 하지 않는 일반 규례를 벗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박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인테그리티가 없음에 대한 비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권태진/변호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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