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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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이산가족의 한

2018-09-04 (화)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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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형제, 자매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불어 살아간다. 또한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사는 사람과도 일상사는 물론, 누구네 숟가락이 몇인가도 알만큼 소상하게 친밀한 관계를 이루며 살던 시절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정이 많고 가족간의 유대가 끈끈하게 살아오던 민족이었다.

최근에 이루어진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언제나 그렇듯 눈물바다였다. 인연중에서도 천륜이라는 부모, 형제, 자매 등 인척들을 만나는 그들의 표정엔 무엇부터,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먹먹함과 함께, 사무치게 그립던 혈육, 몰라보게 노쇠한 눈앞의 얼굴을 마주 대하곤 눈물부터 쏟았다.

돌이켜 보면, 남과 북으로 헤어져 가족이 생이별상태로 산 세월이 그 얼마인가! 1945년 해방 후부터, 특히 6.25 사변으로 피난길에 헤어졌거나, 잠깐이면 될 줄 알고 가족을 남겨둔 채 피신하여 남하한 게 그대로 일생 이별이 된 아버지, 아들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후, 믿기지 않게 38선은 철문같이 굳게 닫혀버리고 남과 북의 가족들은 최소한의 생사소식조차도 끊긴 채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갔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란 건 인간이 만들어 낸 무서운 이념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상태로 가족이 생이별을 해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사는 따위는, 한갓 사사로운 개인사로 치부된 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들 이산가족들의 가슴속에 있는 그 그리움, 절절한 한을 단지 2, 3일의 해후로 달랠 수가 있겠는가!

그나마 그들은 행운아들이다. 아직 대기상태로 학수고대 만날 날만 기다리는 이산가족이 5만이 넘는다지 않는가? 생존자들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데…

이제는 만사를 제치고 인류애 차원에서 이들 나날이 연로해가는 가족들의 상봉이 정치적 딜의 한 수단으로 허락되는 만남이 아니라, 그들의 원을 진정 풀어주는 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떠나가는 버스의 창문사이로 놓지 못하고 꽉 잡은 주름진 손들, 통한의 눈물로 기약 없는 작별을 고하는 장면을 대할 때마다, 이건 순전히 인간이 만든 비극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다.

지금으로선, 이리저리 꼬이고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통일을 위해 강대국들과 남북한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하는 중이나, 통일 전 동서독처럼 우선 이산가족상봉, 교신, 왕래가 자유로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염원인 통일의 첫 단추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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