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래들과 함께 배우는 한국’

2018-09-04 (화)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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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생활 속 이중언어

지난 달 ‘머시Mercy 칼리지’에서 실시한, 정부 보조의 한국어 프로그램인 ‘스타토크(Statalk)’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작년에 처음 실시한 이 프로그램에 올해 거의 30명의 학생들이 등록하여 3주간 동안 한국 문화를 접하며 한국어를 익혔다. 아들 로져(Roger)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해서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 문화의 이모저모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스타토크’ 한국어 프로그램을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델라웨어에 있는 한 해변가로 휴가를 갔는데, 그 곳에서 이번에 ‘스타토크 한국어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한인계 학생을 만났다.


알고보니, 이모네 가족이 워싱턴 디씨에 살아서, 조부모들을 모시고 두 가족이 매년 뉴욕과 디씨의 중간지점인 그 해변가에서 함께 휴가를 보낸다고 했다. 그 학생의 할머니와 ‘스타토크 한국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학생은 올해 처음 한국어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또래 친구들과 한국어를 재미있게 배워서 다음 해에는 동생도 데리고 온다고 했다. 프로그램 운영자로서는 이보다 더 고마운 평가는 없다.

스타토크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은 처음이다. 휴가 중 만난 이 학생처럼 한인계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와 문화가 수업활동을 통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경험하며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한인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등 비교적 쉽지만, 자녀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점 “다루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 이유는 자녀들이 점점 자라면서 영어 이외의 외국어 공부를 해야할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이며 또한 집에서만 학습하는 경우는 생각만큼 빨리 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학습이다. 요즈음은 컴퓨터나 스마트 장비를 사용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있다. 이런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외국어를 개별화하여 배울 수 있도록 짜여져 있어 더없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한국어를 또래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한국어 학교를 보내는 것이다. 또래들이 함께 학습하는 것은 가정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방법이다. 특히 초, 중학교 연령의 학생들은 또래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이다. 이 때에 자신의 한국어 문화 유산(Korean heritage)에 대한 자긍심을 발달시켜 줄 수 있다면, 이 후에 성인이 되어서도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웨체스터 지역의 중학생들에게 계속 스타토크(STARTALK) 한국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에도 반가운 얼굴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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