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북미문인협회 조영철 이사장, 하버드대 논문 주인공됐다

2018-08-31 (금)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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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문학 전공 박아현 학생 2박3일 시애틀찾아 취재

▶ 내년 봄 프리젠테이션 때 초청

서북미문인협회 조영철 이사장, 하버드대 논문 주인공됐다

하버드대학 문학 전공생인 박아현(왼쪽)양이 조영철 시인과 인터뷰 하며 그의 삶과 문학이야기를 듣고 있다.

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인 조영철 시인이 하버드대 논문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하버드대 영문학 전공생으로 올 9월 4학년이 되는 한인 대학생 박아현(21)양은 지난달 29일 시애틀을 찾아 이틀 간에 걸쳐 조 시인과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가 다소 서툰 박양을 위해 아버지 박정호씨가 동행했다.

박양은 인터뷰에서 올해 팔순을 맞은 조 시인의 삶은 물론 그의 작품 하나 하나가 어떤 과정과 생각 속에서 쓰여 졌는지를 묻고 녹음했다. 박양은 이 인터뷰를 토대로 조 시인의 삶과 문학에 관한 논문을 써 내년 봄 하버드대에서 프리젠테이션 할 예정이다.


박양은 내년 발표 행사때 가능하면 조 시인이 직접 하버드대를 찾아줄 것을 요청했고, 조 시인도 건강 등 상황이 적당하면 참석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고등학생 때 가족이민을 온 한인 1.5세 아버지 박정호씨와 박도숙씨의 1남 2녀 중 장녀로 1997년 미국에서 태어난 박양이 조 시인에 관한 논문을 쓰게 된 동기도 흥미롭다.

세계적인 세익스피어 전문가인 하버드대 석좌교수 마크 쉘 박사로부터 비교문학 수업을 듣던 중 ‘미국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을 번역해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대학 진학후 2년간 한국어를 공부한데다 한국을 모국으로 둔 박양은 미국내 한국 작가를 찾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전국 대학도서관끼리 자료 교환이 가능해 남가주대(USC) 도서관을 온라인으로 접속해 한국 작품을 검색하다가 ‘미주문학’에 실린 조 시인의 작품 ‘별과 함께’를 보게 됐다.

박양은 다소 난해하지만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함께 슬픈 정서가 내재돼 있는 조 시인의 작품에 빠져 들어 이 작품을 번역해 과제로 제출했다. 번역 작품을 본 쉘 교수는 매우 흥미로워 하면서 조 시인의 작품을 추가로 번역해볼 것과 직접 시애틀을 찾아가 인터뷰한 뒤 추가 논문을 제출해볼 것을 제안했다.

쉘 교수는 박양에게 시애틀 방문 경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해줘 박양은 학부생으로는 드물게 논문 연구기금까지 받아 시애틀을 방문하게 됐다.

박양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시애틀에 와보니 조 시인께서 자연에 대한 애착이 왜 그처럼 강한 지 알게 됐다”면서 “조 시인으로부터 이민자는 물론 해외에 살면서 모국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 활동 등 훌륭한 이야기를 들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박양은 가능하면 울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한 뒤 미국 유명 한인작가인 이창래씨처럼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원래 1977년 파라과이로 이민 갔다가 1986년 다시 미국으로 이민 온 조 시인은 2008년 시집 <시애틀 별곡>을 펴냈다.

조 시인은 “내 시를 보고 팬이라며 가끔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하버드대학의 논문 주제로 다뤄진다고 하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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