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친코’ 와 이민2세

2018-08-3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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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사가 1.5세 한인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PACHINKO)'를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더 할리웃 리포트의 보도에 의하면 애플 드라마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3개 국어로 ‘파친코’를 제작하여 방영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은 대부분 아시안 배우들이 될 것이다.

파친코는 태평양 전쟁이후 일본의 거대산업으로 성장한 일본의 슬롯 머신업으로 재일 한국인이 많이 종사하고 있다.

소설 ‘파친코’를 읽으면서 내내 미국의 한인2세와 일본의 한인2세의 삶이 동시에 떠올랐다.


소설은 일제 강점기에 부산 영도의 하숙집 딸 순자가 임신한 몸으로 개신교 목사 이삭과 부부가 되어 일본 오사까로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순자는 남편의 사망이후 김치장사, 장아찌 장사, 식당 찬모로 일하면서 두 아들을 키운다. 큰아들 노아는 공부도 잘하고 매사 성실하여 노력 끝에 와세다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 2학년때 후원자이던 야쿠자 고한수가 자신의 생부임에 낙망하여 가족을 떠난다. 일본여자와 결혼하여 아이 넷을 낳고 일본인으로 살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오자 그날 세상을 버리고 만다.

둘째 아들 모자수는 욕하는 아이에게 주먹을 날리다가 학교를 그만 두고 16세에 파친코장에 취직하여 부를 일군다. 그의 아들 솔로몬은 14세 생일파티를 초호화 디스코텍에서 일본 최고의 록밴드와 가수를 불러 치른다.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솔로몬의 왼손 손가락 끝에는 파란 잉크 자국이 남아있다. 바로 그 날, 3세인 솔로몬은 거주 허가증을 받기위해 외국인등록증에 지문날인을 한 것.

1952년 이후 일본에서는 3년마다 외국인허가증을 받아야 거주할 수 있게 했다. 1980년 반인종차별 법이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어긴 자에 대한 처벌이 없다. 2018년인 지금도 일본 극우세력은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에 날을 세우고 재일한국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순자의 큰아들은 한국에 다녀오기도 하고 작은아들은 컬럼비아대에 유학하면서 한국계미국인을 만나 결혼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살 곳은 태어나고 교육받은 일본이고 아무리 최고교육을 받아도 재일한국인은 경찰, 교사, 은행가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둘다 파친코장에서 일한다.

우리 1.5세, 2세들도 청년이 되면 한국에 대한 환상으로 그곳에서 직업을 갖고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도와주고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한편 지난 15일 출연진 모두 아시아계 배우로 구성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Crazy Rich Asians)' 가 개봉되면서 이민 2세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에 사는 중국계 여성이 싱가포르의 유명한 재벌인 남자친구의 집에 가서 시어머니와 신경전을 벌이는 코미디물이다.

영화 ‘서칭(Searching)'도 있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 역으로 한인배우 존조가 나온다. 딸 마고가 남겨둔 노트북을 본 그는 ’ 나는 내 딸에 대해 잘 안다 ‘가 ’나는 내딸에 대해 잘 모른다 ‘로 바뀌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아시안이 주류사회의 관심도에 어느 정도 무게중심이 실린다는 얘기다. 한인 1.5세나 2세들은 이런 아시안 영화나 드라마가 나왔다 하면 일부러 찾아서 본다.

작가 이민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7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1.5세다. 소설 ‘파친코’뿐 아니라 첫 번째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에서도 한인부모를 보는 2세의 시각과 아이비리그를 나온 2세들이 어떻게 힘들게 미국에서 살아내는지를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2세들이 전 세계 한인이민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드라마, 영화에 작가든 배우든 어떤 역할으로든 참여하여 그들의 생각, 고민, 상처를 들려주기 바란다. 좀더 우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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