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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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얼굴, 두꺼운 얼굴’

2018-08-28 (화) 노 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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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트럼프 때문에 평소에 잘 안 쓰는 영어를 많이 알게 된다. Pathological liar(병적인 거짓말장이)라는 단어를 트럼프 뉴스를 보면서 알았으며 그 후로는 트럼프를 볼 때마다 ‘페소로지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또 하나 알게된 영어가 Thin Skin(얇은 피부)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비판을 하면, 심하게 대응하는 사람을 영어로 ‘피부가 얇은(Thin Skin) 사람’이라고 부른다. 트럼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라도(정치인이건, 코미디언이건, 케이블 TV앵커이건, 운동 선수이건, 영화배우이건) 자기를 비판하면 당장에, 트위터로 위엄있고 품위있고 좀 배운 사람이라면 절대로 쓸수 없는 질이 낮은 언어를 써서 공격을 한다.

그런데, 트럼프에게 붙여주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다. 우리 말의 ‘두꺼운 얼굴’이다.
영어 Thick Skin(두꺼운 피부)은 남의 비판에 신경쓰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며 잘 넘기는 사람을 말하는, 약간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에게는 얼굴이 두껍다는 건 정말 뻔뻔한 사람을 두고 쓰는 말이다. ‘얼굴 가죽이 두껍다’, ‘얼굴에 철판 깔았다’, ‘낯짝이 두껍다’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트럼프를 두고 그저 ‘창피를 모르는 사람’, ‘염치없는 사람’이라 하기엔 그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난 여자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수 있다.’라고 한 엑세스 할리우드 테입에서부터 포르노 배우, 플레이보이 모델 사건이 터져도 모른다고만 하던 트럼프가 그 후 계속해서 낯 뜨거운 디테일이 온갖 뉴스를 장식해도 뻔뻔하기만 했다. 결국 그의 해결사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트럼프가 시킨 일이라는 진실을 털어놓아도, 바로 그 다음날 FOX뉴스 인터뷰에 나와 ‘내가 탄핵 당하면 미국사람들이다 가난하게 된다’라며 웬 마피아 두목이나 쓸 말을 늘어놓는 걸 보며, 저절로 ‘정말 낯짝 참 두껍네’ 소리가 나온 것이다.

어느 한국 남자가 “트럼프 멋지지 않아? 돈 있으면 무엇인들 못해.”해서, ‘아니, 자기 사위가 저러고 다녀도 저런 생각을 할까?’ 했었다. 트럼프를 부러워 하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씬 스킨’ 트럼프가 ‘두꺼운 가죽 얼굴’로 대낮에 당당히 얼굴을 들고 걸어다니는 가 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당한 것 보다 더세게 남에게 덤빈다.’로 성공했다는 트럼프가 스스로 파 놓은 수많은 구덩이에 지금부터 자기가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존 매케인이 세상을 떠나자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그의 업적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며 그에게 붙여지는 이름은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권력있는 자리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두꺼운 얼굴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그에게 붙여질 이름은 ‘자기하고 돈만 사랑하고 자기하고 돈만을 위해 일한 사람’일 것 같다.

불리한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도 트럼프는 그 두꺼운 피부와 얇은 피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 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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