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짜 자신’

2018-08-28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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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산 것이 햇수로 따져보니 30년이 지났다. 언론에서 일한지도 30년이 되어간다. 그 세월 속에 옷깃을 스쳐간 인연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참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저 그런 사람 등등. 물론,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이민생활을 시작할 때 늘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살았다. 살다보니 좋은 사람을 찾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종종 마음과 몸은 따로 놀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일이 찾아오기만을 바라던 날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복이다. 그동안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그렇다고 다 잘 어울릴 수는 없었다.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격, 관심, 취미 차이로 친하게 지내지 못한 이들이 있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다를 땐 만남이 지속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일지라도 친구가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봐야 열 손가락 안팎이지만 말이다.


사람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나에게 잘해 주면 좋고, 피해를 주면 나쁜 사람이다. 주관적인 생각이니 당연하다. 혹자는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라고 정의 한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게다. 좋은 사람은 ‘조화로운 사람’이란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셈이다.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나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좋은 사람은 좋은 생각을 한다.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니 나쁜 사람은 마음은 원했지만 행동이 틀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존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때로는 불이익을 준다.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과의 만남만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절실히 느끼는 이유다.

사람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존재다. 한 사람 안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함께 있다. 어떤 때는 착하고 어떤 때는 나쁘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없이 좋고, 어떤 사람에게는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나쁘다. 전혀 내 삶에 필요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다가도 없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늘 나쁜 놈이다가 어쩌다 좋을 일 한번 하면 칭찬이 바가지다. 대개 좋은 사람이 어쩌다 한 번 실수하면 몹쓸 놈으로 손가락질 받는 일도 허다하다. 그 유명한 ‘좋은 사람 나쁜 놈’ 현상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 앞에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주변엔 ‘착한 사람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마음이 병들어도 착한 척하며 남을 위해서만 살아갈 뿐이다. 착한 엄마, 아빠, 착한 남편과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친구, 착한 선, 후배 등으로 불리지만 자신을 잃고 사는 사람들을 말함이다. 어찌 보면 우리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착한 사람 증후군에 빠지면 남에게는 좋은 사람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상대적으로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하니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대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의 부탁은 무조건 ‘yes'가 아닌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도와야 한다.

자신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떳떳하고 남들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행복을 주장할 수 있는 ’진짜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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