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펄펄 끓고 있는 지구

2018-08-22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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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사바코가 이집트를 점령하고 이집트의 왕이 되었다. 그로 인해 당시 이집트에 있던 눈 먼 왕이 쫓겨나 소택지로 도망갔다. 사바코 왕은 사형을 좋아하지 않아 이집트인이 죄를 범하면 죄의 경중에 따라 판결을 내려 죄인의 출신도시에 가서 흙을 쌓는 노역을 시켰다. 이렇게 해서 신전과 피라미드를 쌓고 도시를 전보다 더욱 발전시켰다. 이 가운데 유명한 부바스티 신전은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섬으로 되어 있다.

사바코는 이집트를 신탁에 의해 50년간 통치하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갔다. 그동안 이집트인들은 신전에 눈 먼 왕을 50년간 모셨고 그를 다시 왕으로 추대했다.

그때 만들어진 귀중한 유적들의 상당수가 현세에 와서 무참히 파괴되고 보관됐던 수많은 유물들이 도굴단에 의해 거의 다 훼손되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낸 그 귀한 역사적 유적과 유물들이 다시 인간에 의해 파손되고 유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어디 이 것뿐일까. 가장 큰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지구온난화와 무서운 자연재앙이다.


인간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자연이 인간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짓밟히면서 지구촌의 이상기온을 일으켜 지구촌 곳곳이 가뭄과 폭염, 산불에 시달리며 심지어는 바닷속까지 영향을 미쳐 생태계 파괴는 물론, 미생물의 반란인 적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땅과 바다 가릴 것 없이 온 지구촌이 지금 펄펄 끓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플로리다에 적조현상이 나타나 온 바다가 붉게 물들고 수많은 고기떼가 죽어 육지로 밀려들고 고래도 죽어서 밀려와 악취와 독성을 뿜어내 인간이 호흡기 곤란으로 천식을 일으키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 샌디에고 해안에서 역대 최고 수온을 기록한 것도 이러한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는 이처럼 해양 생태계에도 엄청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호주 동부에서만도 해양온도 상승으로 산호가 절반가까이 죽고 산호초에 의존하는 해양생물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논밭에 작물이 말라 벼꽃이 피기도 전에 말라비틀어지고 과일도 다 말라 죽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을 보다 못해 차량을 동원해 농가로 물을 실어 나르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보니 농부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의 올 여름 기온이 화씨 100도까지 오르면서 폭염으로 난리였고 이로 인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기까지 했다. 또 푹푹 쪄야 할 뉴욕의 이번 여름날씨도 예년과 달리 크게 무더운 날이 많지 않았을 정도로 이상기후 현상을 보였다.

캘리포니아는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산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농작물은 물론, 농가가 전소돼 이재민이 속출하면서 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인간의 삶은 점점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는 물론 후세대가 안심하고 살아야 할 길은 우리가 대대손손 누리고 복되게 살아가야 할 대자연과 지구촌을 확실히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육지가 펄펄 끓고 바닷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자연을 함부로 해치고 환경에 위해가 되는 오염을 마구 방출시키고 있다. 이러고도 인간이 자연을 누리고 살 자격이 있을까.

인간에게는 주어진 자연을 잘 다스리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가장 기본이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방출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개개인의 이런 노력과 정성만이 인간에게 많은 것을 공급하고 보호막이 되어주는 자연을 잘 지켜나가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기 힘든 대자연의 재앙을 십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juyoung@kores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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