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운동하는 간호사

2018-08-21 (화) 나 리/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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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 하면 사람들은 피 뽑고 주사 놓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프지 않게 피를 잘 뽑고, 주사를 놓는 간호사는 실력 있다고 환자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채혈시 간호사의 실력만큼 환자의 혈관 상태도 중요하다. 어릴 때 워낙 통통해 병원에 가서 피검사 할 때마다 고역이었다. 여기저기 찌르고 주삿바늘을 넣어 그 안에서 이리저리 쑤셔도 찾질 못해 결국 다리를 찌르기도 했다.

그 괴로움을 아는 나는 되도록 내가 직접 나섰다. 참고로, 병원에선 간호조무사도 피를 뽑을 수 있다. 간호사는 차팅과 의사의 오더를 따라가느라 바빠서 피 뽑는 일은 자주 간호조무사의 몫이 된다. 상당한 실력의 간호조무사가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난 내 실력을 믿어 내가 항상 빨리, 신속 정확하게 한방에 주삿바늘을 찌를 곳에 찔렀다.


그러나 내 실력이 출중해도 환자의 혈관이 약하면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유했다. 어릴 때 숨어있던 혈관이 운동으로 눈에 잘 보이게 튀어나온 현재의 나와 과거에 생긴 다리 혈관 상처를 보여주며 무엇보다도 근력운동을 추천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설득을 당해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기초적인 팔 관련 덤벨 운동을 가르쳤다. 물론 많은 분들이 근력운동 하다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 해지는 걸 걱정을 한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 정도가 되려면 운동 뿐아니라 식이요법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오랜 시간 병과 같이 삶을 살아야 해서 병원에 주기적으로 들어와야 하는 몇 환자들은 그렇게 낮은 무게의 아령운동을 시작했고, 다시 입원해서는 운동으로 좋아진 혈관을 보여줬다. 나 또한 환자들의 긍정적인 결과에 다른 입원환자들에게 운동 하자고 다시 외쳤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 거의 30년 이상 흘렀다. 그 정도 했으면 보디빌더 대회에 나갈 만도 하지만,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아서 그냥 내 팔뚝에 튼튼한 혈관이 보이는데 만족하고 있다.

요즘은 환자 대신 동네 엄마들에게 운동을 추천한다. 허리를 위해서 배와 몸의 큰 근육의 힘을 키우고,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예방하며 피부 노폐물을 제거하고, 근력운동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자고 설득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겨울에는 따뜻한 히터가 나오는 헬스장. 물론 나도 가끔은 힘들다. 러닝머신 위에 올라설 때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마치고 나서 튀어나온 혈관과 뚝뚝 떨어지는 땀을 떠올리며 뛰기 시작한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내 선택이 옳았음을 또 느낀다. 그곳에서 땀을 흘리면서 혈관을 단련하고 나이 들어 넘어졌을 때 골절을 방지해줄 엉덩이 근육을 키우고, 돈가스용 돼지고기를 단 몇 번의 망치질로 종이같이 얇게 만들 수 있는 팔 힘을 위해 나는 오늘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한다.

<나 리/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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