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장

2018-08-20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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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이 “한국 남자들이 미용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였다고 한다. 세계의 남성 중 가장 화장을 많이 하고, 피부 관리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한국인 남성이라고 한다. 어쨌든 세계 제일이라니 자랑거리임에는 틀림없으나 어쩐지 꺼림직한 칭찬이다. 16세의 김승환 군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화장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화장은 꼭 필요하다.”고 대답하였다는 것이다. 하기야 필자도 면도를 하고는 로션을 바르니 그것도 화장에 들어간다면 화장을 하는 셈이다.

뉴저지에 있는 화장품 전문 가게에 들어가 보았는데 넓은 매장에 꽉 찬 수 백 종류의 화장품들을 보고 정말 놀랐다. 요즘은 한국산 화장품이 품질이 좋다고 하여 미국인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남자 화장품도 많다고 해서 또 한 번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Olympic Makeup을 담당한 미용팀이 너무 바빠 날마다 Over time(과외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운동선수들도 화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화장이라고 하면 얼굴 화장을 가리킨다. 그러나 목 화장도 있다. 특히 일본 여자가 입는 기모노는 목 뒤가 깊이 파져 등 화장까지 해야 한다. 화장에는 예술화장도 있다. 얼굴 화장을 예술적으로 하여 자신의 역(役)을 나타내 보이는 화장이다. 기생 역을 위해서는 기생을 연상시키는 화장, 양가집 규수 역에는 얌전한 규수다운 화장, 광대역에는 광대다운 화장을 하는 따위이다. 화장은 성품을 드러내기 때문에 육감적인 화장, 정신적인 화장, 심지어는 도덕적인 화장도 있다. 섹시하게 보이는 화장, 근면하게 보이는 화장, 정직하게 보이는 화장도 있다. 요즘은 화장법이 발달하여 확실히 옛날보다 미인이 많아졌다. 그러니 태어난 얼굴보다 만든 얼굴이 더 중요한 시대이다.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의 종류를 질문하였더니 친절하게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종류를 말해 주었다. 피부보호크림, 로션, 파우더, 향수, 립스틱, 손발톱 매니큐어, 눈 화장품, 퍼머, 콘택트렌즈, 머리카락 염색액. 그러니 여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된다. 겸하여 똑똑한 화장품 구입 방법도 일러 주었다. 첫째 구매하기 전에 화장품의 성분을 확인할 것. 둘째 자기 피부타입에 맞는 화장품으로 매주 발표되는 랭킨을 확인할 것. 셋째 실 사용자의 화장품 리뷰를 읽을 것 등이다. 아이고, 화장 안 하는 내가 얼마나 다행인가!

동양의 미녀로는 단연 양귀비(楊貴妃 719-756년)를 꼽는다. 양귀비가 아름다운 이유로 그녀의 목욕 사랑을 말한다. 그녀는 당(唐) 나라 임금 현종의 후궁으로 화정치에 지금까지 그녀가 임금과 둘이서만 즐기던 욕조 유적이 남아있다. 너무 작아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크기인데 그것은 현종이 양귀비와 둘이서만 들어가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양귀비가 목용을 마치고 정원에 나갔다가 황수화를 살짝 건드리자 꽃이 부끄러워서 꽃잎을 말아 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한 과장된 이야기인 것 같다. 미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인체조 보다는 목욕이 중요한 것 같다.

서양의 미녀로는 물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BC 69-30년)를 꼽는다. 그녀는 임금인 프톨레마이오스의 딸로 태어나 남동생을 제거하고 자기가 여왕이 된 여자이다. 로마 제국의 장군 안토니우스와의 로맨스는 ‘세기의 사랑’이라고 불릴 만큼 매우 유명한 스토리이며 이로 인해 대 로마제국이 한때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다. 철인 파스칼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하였으니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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