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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이름 모를 들꽃

2018-08-18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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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太陽/Sun). 태양은 지구의 모체(母體)다.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지구.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 거의 태양에 의존돼 생명을 유지한다. 붉게 빛나는 태양. 태양은 희망을 상징한다. 동녘에 밝아오는 여명과 서쪽으로 지는 황혼. 태양신 숭배. 인류가 발생된 후 고대로부터 태양을 신으로 숭배한 민족은 의외로 많다.

“오 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 올 때/ 하늘의 밝은 해는 비치인다~” 이탈리아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인 ‘오 솔로 미오(O Solo Mio/오 나의 태양)'의 한국말 부분번역이다. 이 외에도 태양을 노래하거나 시로 쓴 것은 너무나 많다. 그만큼 태양은 우리와 가깝다.

지난 11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 Probe)란 이름의 태양탐사선을 발사했다. 파커는 11월 태양에 도착한다. 태양을 만져라(Touch the Sun)란 프로젝트에 의해 태양으로 떠난 파커의 임무는 두 가지. 태양풍의 원인 및 태양바깥의 코로나가 태양속보다 온도가 더 높은 원인을 찾아내는 데 있다.


1976년 ‘헬리오스2세’란 태양탐사선이 발사됐다. 헬리오스는 태양 표면에서 약 4,300만k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간 파커는 헬리오스보다 7배나 더 가까운 620만km까지 접근하여 7년 동안 24바퀴를 돌다 산화한다. 파커에게 가해지는 열은 섭씨 1,400도에 달한다. 그러나 열처리장치로 안전하다.

신으로 숭배됐던 태양. 이젠 신이 아닌 인간의 탐구대상이 되어 있다. 그래도 태양이 안고 있는 미스터리는 신비, 그 자체다. 파커의 태양탐사로 얼마만한 성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45억 년 전에 생성된 별인 태양. 앞으로 78억년을 더 살아간단다. 태양의 광도가 커지면 지구는 어떻게 되나. 태양에 흡수돼 버린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의 시 ‘햇살에게’ 전문이다. 태양이 비쳐주는 햇살. 그 햇살 때문에 우리와 모든 동물과 식물들, 생물들은 살아간다.

“하늘에는 따스한 햇살/ 내 마음에는 님의 햇살/ 광활한 대지는/ 태양의 햇살에 잠을 깨고/ 내 작은 영혼은/ 님의 햇살에 잠을 깨어요/ 하늘에는 따스한 태양의 햇살/ 내 마음에는 따스한 님의 햇살/ 대지는 태양의 햇살에 따스하고/ 내 마음은 님의 햇살에 따스합니다.” 정연복의 시 ‘햇살’ 전문이다. 태양. 따스함을 품었네.

태양은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별이 아니다. 가족을 거느리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가족들을 태양계의 행성이라 부른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이 행성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가족들이 있다. 지구는 달(Moon)이라는 소행성과 함께 살아가듯이.

태양은 여러 행성들과 소행성의 가족들을 안고 살아가지만 태양자체는 또 은하계란 큰 품에 안겨 살아간다. 태양을 품어 살아가는 은하(銀河/galaxy)안에는 태양 같은 별이 약 2,000억 개가 있다. 디스크 원반처럼 생긴 은하에서 태양의 위치는 은하 중심자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초속 220km로 은하 중심을 돌고 있다.

태양을 품고 있는 은하는 또 다른 은하와 함께 살아간다. 은하들은 관측이 가능한 것에 한해 약 2,000억 개 정도. 그러나 관측 불가능의 은하까지 합하면 기존은하 추정치의 10배인 약 2조개의 은하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도대체 이 우주란 얼마나 광대한 건가. 그리고 이런 우주 속에 태양은 얼마나 작은 별이던가.

파커 솔라 프로브. 태양풍을 탐지해 지구촌에 잘 보내주길 바란다. 신비속의 태양. 태양을 안고 있는 은하. 은하를 품고 사는 우주. 이런 우주가 수없이 많다는 설도 있다. 따스하게 비쳐지는 햇살을 쏘이며 방끗 웃음 짓는 들에 핀 이름모를 꽃들. 그 꽃을 보는 인간. 이들의 모습 속에 태양과 우주의 신비가 함께 하고 있음에야.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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