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넌과 밀러가 그리는 그림은?

2018-08-18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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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민족주의자이며 전 브레이트바트 뉴스 네트워크 대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이자 수석 고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던 베넌은 31살의 백악관 정책고문인 스티븐 밀러와 함께 트럼프 시대의 미국과 세계전략을 그렸다.

국내적으로는 반이민 정책을 국제적으로는 절대강국 미국의 유지를 위해서 10년 안에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있도록 국방비를 대폭 증강시키고 대중국 봉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럴더 큐수너와의 권력투쟁에 밀려서 백악관을 떠났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공화당내 반트럼프 입장을 가진 현직의원들을 물갈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유럽에 나타났다.

허핑턴 포스트 신문은 베넌이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에서 백인민족주의 포퓰리즘 운동을 일으키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여 이곳에 설립된 재단 ‘더 무브먼트’를 통해 반EU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 재단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감명받은’ 한 벨기에 변호사가 2017년 1월 등록한 것으로 국경 통제 강화, 급진이슬람 퇴출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배넌은 이 재단을 활용하여 유럽 전역에 있는 우파 정당들을 위해 여론조사, 메시지 전략 수립, 데이터 타게팅 전략,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여 다가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의원들을 대거 진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배넌은 이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유럽의 우파 정치인들인, 나이젤 파라지 영국독립당(UKIP) 전 대표,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소속 정치인들, 극우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을 집중적으로 만났다고 했다.

베넌과 밀러가 그리는 세계전략은 백인민족주의를 강화해서 백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구에서 백인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백인국가의 정체성이 심하게 훼손된 미국과 유럽에서 유색인종 이민자들을 청소하고, 백인주도 세계경영 전략에 가장 큰 도전이 되는 아시아의 중국을 제거하거나 회복불능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배넌과 밀러가 그리고 있는 이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주위 국가들에게 힘자랑이나 하고 미국의 봉쇄에 굴기로 대응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번에 백악관의 밀러 정책고문이 내놓은 새로운 이민정책의 내용들은 사실상 클린턴 정부 때 만들었지만 실제 집행하지 않았던 이민자에 관한 법들을 작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영주권을 받기 전에 미국정부의 혜택을 받았고, 영주권을 받고 5년 안에 정부의 혜택을 받은 이민자들은 추방하고 이들을 스폰서 서준 시민권자들에게 벌금을 내게 하겠다는 법은 벌써 존재하고 있다. 사문화 되었다고 생각했던 이법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시민권을 받은 이민자들도 다 조사해서 불법이 있으면 다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의 최종적 대상은 합법적 이민자들이다. 오히려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저항할 권리인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합법이민자의 불법성을 찾아서 추방하고, 투표권을 가진 귀화 시민권자들의 시민권 취득 과정과 내용을 조사해서 추방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였다는 것이 이번에 밀러 고문이 발표한 반이민 정책내용이다. 여기에 이민 문호를 대폭 축소하면 미국을 다시금 백인정체성을 가진 나라로 재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11월6일 진행되는 중간선거가 이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위대한 미국 재건에 동력을 만들어 줄 것인지 아니면 동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지, 백인민족주의 노선이 주류가 될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짓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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