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극상

2018-08-11 (토) 추재옥/ 의사·월남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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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일개 하급자가 백만대군을 통솔하는 최고 지휘자인 국방장관의 면전에 삿대질하며 반박하는 장면이 TV에 보도되었다. 갑자기 터무니없는 공격을 받은 송 장관은 얼굴을 붉히고 어안이 어리벙벙 당황했던 모습이 역력하다.

건방지다. 군대의 엄격한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 안하무인 기무사의 눈에는 장관도 식물인간으로 보이고 청와대 비서의 전화 한통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군대는 상명하복, 명령에 목숨을 걸고 무조건 복종해야만 한다. 항명시는 즉각 처형이다. 소
대장이 전진돌격 명령을 내렸을 때나는 못가요 거절한다면 이는 즉결처분감이다.

고등학교 1년 선배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미국 대학에서는 바로 윗선배에 대한 존경과 복종으로 명문대의 전통을 이어내려 오고 있다. 기무사 전신인 남산의 중앙정보부
또는 보안사에서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민간사찰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입수하는 안하무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었다. 한번 걸려들면 극악무도한 고문에 못 이겨 반 병신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도널도 레이건 대통령은 잘생긴 달변가였다. 그의 연설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반 이상이 거짓말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반발하지 않았다. 국민이 뽑은 수반에 대한 예우와 존경이었다. 대부분 TV 대담은 사전 조율 하에 아무런 하자 없이 진행된다.

심지어 대통령 기자회담도 미리 질문의 요약을 받고 준비된 대답만 한다.일개 집안에서도 가장에게는 무조건 복종이다. 하물며 국가국민의 안보를 24시간 잠 안자고 지키는 총사령관에게 하극상은 어불성설이다. 다행히 기무사령관도 경질됐고 기무사도 달라질 것이다.

<추재옥/ 의사·월남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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