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항공사를 이용하나?

2018-07-0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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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으로 승객들의 불만과 항공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10시간~14시간 장거리를 가는 경우 비행기 안에서 밥을 안준다니 그야말로 쫄쫄 굶으면서 비행기 타고 출장가고 친지방문 하러 간단 말인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만 120편, 2만명이 ‘노밀(no meal)' 상태로 비행기를 탔단다. 그 이유가 황당무계하다. 아시아나측은 지난 2003년부터 하루 3만명 분의 기내식을 공급하던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 스카이세프(LSG)그룹과 지난달 계약을 끝내고 이달부터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기내식 공장에 불이 나면서 임시로 3개월간 샤프도앤코에서 납품을 받기로 했다. 이곳은 하루 불과 3,000식만 공급가능한 곳인데 하루 2만~3만식을 어찌 준비하나? 마감시간 30분 넘으면 금액을 반만 준다니 스트레스 받은 하청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그런데 쌈밥에 비빔밥이 훌륭하던 기내식 업체를 졸지에 바꾼 이유로 계약연장을 댓가로 투자요청을 했던 갑질이 밝혀졌다. 아시아나는 결국 1,600억원 규모 투자를 해준 중국 하이난 항공그룹 계열인 게이트고메를 새 기내식 사업자로 선정했던 것.

아시아나 항공 자사가 아닌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해 기내식 납품업체를 바꾼 행위에 대한 업무상 배임, 승객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에 이번 주말에는 직원들의 경영진 규탄 집회도 예고되어 있다.

얼마나 걸릴 지 모르지만 기내식 공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그 기내식 믿어도 될까? 품질, 위생성, 맛은?

대한항공 오너 가족의 수퍼갑질은 이미 뉴욕타임스에 기사가 날 정도다. 회장 조양호는 국세조세 조정관련 법률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사기, 약사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으며 회장부인 이명희는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욕에서 욕으로 끝나는’ 인품(?)으로 만천하에 공개됐다.

큰딸 조현아는 2014년 ‘땅콩 회항’사건 기억이 채 마르기도 전인데 밀수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작은 딸 조현민은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도중 물을 뿌리는 횡포, 괴성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두 항공사가 왜 이리 골고루 갑질을 해대는 지,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준다.

대한항공은 1969년 출범, 보잉720 항공기를 도입하여 인근 국제선 노선에 투입, 제트기 시대를 열었고 미주, 유럽 노선 등에 적극 진출해 세계적인 항공사로 위상을 높였다. 1986년에는 서울-뉴욕 노선이 열리면서 뉴욕한인들에게 얼마나 높은 자긍심을 갖게했는지 모른다.

아시아나 항공은 1988년 출범하여 국내복수국적 항공시대를 열었고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2016년 모기업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아시아나 항공도 그 여파를 받았다고 하니 이번 사태가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다.


아시아나 뉴욕노선이 보통 1년동안 1,000회 운항, 20만여명 승객이 탑승했다고 한다. 절대고객인 뉴욕한인들에게, 앞으로 그 갑질을 만회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뉴욕한인들은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외국항공사보다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자주 이용해왔다. 한국 전통 태극마크나 색동꼬리를 단 비행기를 보면 저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그리운 부모님을 만나러 갈 수 있지 싶어 눈물 흘리기도 했다. 또 위독하다거나 부고 소식에 슬퍼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두 항공사가 이렇게 난리이니 이제 우리는 어떤 항공사를 이용해야 할까? 최고위 관리직에 전문 경영인을 도입 했다든가, 오너 일가족 견제장치가 마련됐다는 뉴스를 듣고 싶다. 그러면 대한항공이든 아시아나이든 망설임 없이 이용할 것 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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