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만에 1100원 넘어…1104.8원 마감
▶ 한국산 수입업체 자금 운용 숨통
원·달러 환율이 7.1원 오른 1,104.8원으로 장을 마감한 18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
송금 받는 지상사.유학생 등 한숨
18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넘어서면서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1원 오른 1,1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웃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다음 주 두 자녀와 함께 한국 방문을 계획 중인 한인 임(44)모씨는 원·달러 환율 상승 소식에 환하게 웃었다. 성수기 방문이라 항공료를 싸게 구할 수 없어 출혈이 심했는데 환율급상승으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임씨는 “항공료만 6,000달러가 넘어 한국 가서 쓸 돈이 걱정이었는데 환율 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것 같다”며 “오래간만에 효자 노릇 한 번 제대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은 환율 상승 소식이 반갑다. 한국의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보내 드리는 경우나 한국에서 얻은 융자금을 매달 갚아야 하는 경우, 또한 한국과 거래하는 수입업체 등은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식품이나 의류, 원단, 서적, 문구, 잡화 등을 들여오는 수입업체들은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한인 수입업체 대표는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운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역시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한국으로의 송금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고
최근까지 이어진 원화강세로 올 여름 한국방문을 포기한 기러기 가족 한인 한(45)모씨는 이번 환율 상승 소식에 울상을 지었다.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야 하는 데 환율 상승으로 손에 쥐는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씨는 “차라리 한국 방문을 계획했더라면 속이라도 편했을 것”이라며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씨처럼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을 받는 한인 및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반길 수가 없다.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 또한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는 지상사 직원들은 한국에서 똑같은 원화를 송금해도 환율 상승으로 더 적은 액수의 달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사 직원들은, 원화 강세 때 보다 얇아진 월급봉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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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