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계사를 20년 정도 하다 보니 발견한 것. 한국 세법과 가장 큰 차이가 미국 세법은 참 불친절하다. 친절하게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는 식이 한국 세법이다. 그런데 어떤 미국 세법은 표현이 애매하다. 예를 들면 reasonable(합리적인), acceptable(수용 가능한)과 같은 세법 조항들.
법원의 판례들이 그 간극을 좁혀주고는 있지만, 실제 세금보고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한국 세법이 38선 철조망 그 자체라면, 미국 세법은 그 철조망을 경계에 두고 남쪽으로 몇 마일, 북쪽으로 몇 마일. 그렇게 두루뭉술한 부분들이 있다. 사실, 이제 와서 실토하지만 국내생산활동공제(Domestic Production Activity Deduction)는 내 비장의 카드들 중 하나였다. 속 좁게도, 나만의 비밀 노하우가 들킬까봐 지금까지 이 칼럼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몰래 숨기고 있다가 야금야금 써먹었던, 그런 절세 테크닉이다(IRC Section 199 - IRS 양식 8903).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제조업만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다른 공제에 비해서 그 계산식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해당되는 비즈니스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서, 식당 자체는 안 되지만, 반찬이나 음식을 만들어서 가게에 도매로 납품하는 업체는 가능하다. 나는 그렇게 본다.그리고 100% 순수한 미국산 재료로 만들어야만 공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세법 조문에는 상당한 부분을 미국 내에서 만들면 된다고 쓰여 있다. 그럼 도대체 '상당한'이 얼마면 되나. 나는 이것을 총 원가의 20%로 적용해왔다. 미국 세법은 이런 식이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과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법 조문에 아예 '20%' -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못을 박아둔다.
사실, 이 국내생산활동공제는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영세한 소기업들에게는 혜택이 그렇게 크지 않다.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순이익의 9% 뿐. 장사해서 10만 달러가 남아야, 겨우 9천 달러를 줄일 수 있는 정도다. 이번 트럼프의 세법 개정(Tax Cuts and Jobs Act)으로 이 공제혜택이 2017년도를 끝으로 없어졌다. 내 비밀무기 하나가 없어져서 많이 아쉽고 속상하다.
그렇더라도, 세법은 이렇게 계속 친절하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같은 스몰 비즈니스와 소시민들이 합법적으로 세금 좀 덜 내는 세상, 아깝게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 세상,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평화와 여유가 넘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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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