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이 만난 평화축제

2018-02-19 (월)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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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에 UN제재를 받고 있는 북조선의 선수들뿐이 아니라 북조선 수뇌들이 참석함으로써 남북의 지도자들이 만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 대표와의 동석을 거부하며 북 대표와 악수도 안 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길을 열어보려는 의도가 무색해졌다. 올림픽은 올림픽, 제재는 제재라는 미국의 강경 노선이 표명된 것이다.

평창올림픽에는 북측의 권력 제2인자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영남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며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 여정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그녀는 실질적으로 북의 권력순위 NO.3 이다. 김정은에게 기탄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한다. 북조선에서 돌아가는 말은 “출세하려면 김여정에게 잘 보여야한다 ”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는 절대 권력자이다. 당연히 올림픽의 세계 취재진은 김여정에게 집중되었다. 물론 김 여정은 UN이 지목한 제재인물이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서 문 대통령은 “다른 때에는 동석하기 힘든 우리들이 함께 한 자리이니 분명히 세계 평화에 1보 전진한 것이다.”고 화해 무드를 조성하였다. 이 모임에는 남측에서 문 대통령, 임 종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 훈 정보부장 등 거물들과 북측에서는 김영남, 김 여정과 최 휘 국가체육지도 위원회장 등 4명이 참석하였다.


김여정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만 미소를 띠었다고 한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북조선을 방문해 줄 것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양 거두 회담을 정식 제의하였으며 친서도 전달하였으나 아직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쨌든 김일성의 직계 친족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조선 예술단은 남한의 노래들도 불러서 평화를 향한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북조선이 올림픽 바로 전날에 평양에서 인민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시위행진을 대대적으로 벌린 것은 올림픽의 평화 무드를 깨는 것이니 잘 한 것이 못된다.

성경에서는 평화란 뜻으로 ‘샬롬’이란 히브리어가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인사말이며 많은 기독교인들도 습관적으로 인사할 때 ‘샬롬’을 쓴다. ‘샬롬’은 다섯 가지 뜻을 내포한 말이다. 1.평화(이웃과의) 2.평강(내면적) 3.정의 4.질서 5.조화 등 다양한 의미를 이 한 마디 속에 지니고 있다. 신약성경을 절반이나 쓴 바울은 편지마다 인사말로 “은혜와 평강(샬롬)”이란 축복을 기술하였다. 이 히브리어의 본래의 뜻은 “완전하다”는 의미로서 신이 주시는 최고의 선물로 해석되었다.

인간의 죄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샬롬이 파괴되었으므로 그리스도를 보내 화해 곧 샬롬 회복의 역사를 이룩하였다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이며 그렇게 되는 세상이 천국이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전하는 진리를 ‘평화(샬롬)의 복음’이라고 불렀다. 하나님의 샬롬이 이 땅에 충만하면 정의와 질서, 조화로운 평화세계가 펼쳐질 것을 바라고 노력하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전도요 외국 선교이다. 따라서 샬롬을 희망하는 자는 전도와 선교의 사명을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다.

올림픽에는 성화 봉송이 따르는데 이 성화가 바로 샬롬(평화)의 불임을 그리스에서 올림픽을 시작할 때부터 상징으로 사용하여 왔다. 올림픽은 평화 만들기인 것이다. 경쟁과 메달이 목적이 아니라 세계 평화가 목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이런 본래의 의미가 충분히 반영되고 실현되기를 바란다. 특히 한반도의 실정으로 볼 때 샬롬(평화)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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