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죄도 없는 어린 학생들이 자꾸 죽어가야만 할까. 정말 풀릴 수 없는 수수께끼로만 취급되어야 하나. 미국의 병폐 중 가장 큰 병폐. 바로 총기로 인한 사건 사고이다. 총기로 인해 흉악한 강도나 살인자가 죽는다면 모를 일.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하고도 깨끗한 어린 생명들이 이유 없이 죽어 가는데 어른들은 무얼 하고 있나.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멍청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어른들의 할일인가. 참으로 한심하고도 한심한 노릇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미국에 있는 개인 소장의 총기들을 모두 압수하고 싶은 심정. 그리고 총기상점들을 문 닫게 하고 총기규제를 방해하는 단체나 정치인들을 모두 묶어 감옥에 쳐 넣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14일. 발렌타인 데이. 사랑의 마음을 주고받는 일 년 중 가장 핑크 빛의 날,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선 피바람이 불었다. 어디서 어떻게 총기를 구했을까. 반자동 소총 AR-15. 하루의 수업이 끝나기 직전인 오후 2시 경. 범인은 1시간 동안 학교의 안과 밖을 드나들며 학생들을 향해 마구 총질을 해댔다.
17명 사망, 16명이 부상당했다. 범인은 니콜라스 크루주. 그는 생포됐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한 19세의 소년이었다. 그는 평소 도널드 트럼프 모자를 쓰고 다니며 그가 가진 총들을 친구들에게 늘 자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학교에서 총을 난사할 것이란 농담을 했다 한다.
“내 기도와 위로가 총격사건 희생자 가족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누구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대통령이 총기사고 후 그의 트위터를 통해 밝힌 위로의 말이다. 기도하고 위로만 하면 다 되는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으로 총기규제를 하는데 앞장서야 되는 것 아닌가.
“죽은 사람은 안 됐지만 참으로 한심한 미국. 결국은 총으로 사회가 망하지 않겠나. 그러니 슬퍼하는 것도 잠시. 목숨 걸고 총기사용반대에 나서지 않는 한 미국은 서로를 죽이는 좀비의 나라가 될 것으로...” 총기사고 후 달린 댓글이다. 그래 이대로 가다간 미국이 총기사용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총기비극의 나라로 꼽히고 있는 나라 미국. 총기로 피살되는 사람이 하루에 24명. 총기오발과 자살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95명이 총기로 인해 사망한다. 1년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은 3만5,000여명이다. 한국이 평균자살 숫자가 하루에 40명으로 세계1위라 하는데 미국은 하루 총기사망자 세계 1위다. 1위라 다 좋은 건 아닌데.
미국의 총기 소유비율은 100명당 88.8명이다. 한 명에 한 정 꼴. 총을 사고 싶으면 신원조회만 통과하면 된다. 너무 쉽게 총을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총기사고가 없는 나라 중 하나는 일본이다. 일본의 총기소유 비율은 100명당 0.6으로 거의 소유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총기소유규제가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총기를 소유하려면 신원조회와 교육, 필기와 사격시험은 필수. 그리고 정신상태와 약물검사를 받아야 하고 친인척과 직장의 동료들까지 경찰의 조사에 임해야 한다. 샷건과 공기총만이 소유를 허가 받으며 매 3년마다 총기소유면허증을 갱신해야 된다. 이렇듯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일본에선 총기사고를 볼 수 없다.
어른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어린 생명들이 죽어 가는데 어른들은 정치노름에만 골똘하다. 미국의 상황이다. 총기 소유의 자유. 자유가 그렇게도 중한가. 죄도 없는 영혼들이 수없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는데도 자유만 따진다. 그리고 총기규제에 앞장서야 될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자기들 자리가 위험하니 총기규제 입법을 못한다.
총기규제에 걸림돌이 되는 단체가 있다. 1871년에 설립된 전미총기협회(NRA). 회원이 500만 여명이다. 이들의 정치활동비는 연 5,000만달러. 트럼프선거운동에만 3,000만 달러를 썼단다. 이 단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미국에 어린영혼들의 안전보장은 영원히 없을 것. 총기사고 때마다 발생하는 희생자와 가족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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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