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구입한 바이올린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 얼마 전 처음으로 잡고 레슨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숙원이었던 꿈이 일단은 이루어진 셈이지만 이 나이에 바이올린으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건 아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몸으로 하는 운동의 시작은 기본 동작과 체계를 올바로 익히고 습득하는 게 중요하지만 바이올린은 키를 제대로 잡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기초를 다지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칠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이 부터 시작이라는 만용으로 선생을 찾는데도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건방진 것 같지만 ‘내 인생 나대로 사는데 어쩌랴’ 하는 마음으로 발길을 내딛었다.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한 늙어빠진 인생이 새로 출발하는 소리가 현마다 퍼져 나오는 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끼~잉, 끼잉, 삐~잉, 삐잉...다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있었지만 머리는 맑아졌다. 어린 아기가 첫 걸음마를 띄우면서는 그런 걸 인지할 수 없을 것이다.

옆에서 보는 어른만 흥분하고 신기해 하지만....그저 현을 키고 괴음을 내는 데도 가슴에는 이미 음악가가 되기나 한양 희열로 꽉 차는 기분이다. 그리고 새 세상이 열리면 마치 내가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활을 살며시 잡는다‘. 끼~잉, 끼잉, 삐~잉, 삐잉...

<전태원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