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설경 겨울 진풍경이 펼쳐진 긴 능선 하얀 산길을 바라본다. 나목 위 활엽수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어나 겨울 정취를 자아내며 소나무 푸른 잎에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이끼 낀 집채만한 암석위에 석이버섯이 물을 먹어서 피어나 퇴적암에 추상화로 그려진 그림들을 감상하며 태곳적 신비가 전신을 감싼다.
수억년전 산은 바다였으며 바위에 그어진 물줄기 나무의 나이테 같이 지각변동의 시간을 담고 비, 바람에 갈라진 괴석들 사이에 모래와 자갈 조개도 박혀있다. 묵묵히 거기 그대로 있으며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생의 유한성을 보여준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성도 함께 알게 한다. 산중턱에서 본 경관은 수묵화 산그리메가 펼쳐져 천상의 길이 그려진 듯 보인다. 유년기 시절 등 하교길에 북악산이 바라보며 걸었던 추억, 한국방문 때마다 도시 한복판에 병풍처럼 보이는 산들이 정겨웠다.
뉴욕근교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베어 마운틴과 허디슨강 아팔레치아 산맥으로 이어지는 트랙킹 코스가 많이 있다.
봄부터 매주 산행을 하면서 산의 경관이 다다르고 돌들의 색 나무들도 단풍잎들 빛깔도 다 다르며 비, 바람의 설치작 사계 자연의 전시로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시야가 좋은 날은 아팔라치아 산맥 줄기를 따라 베어마운틴 주립공원과 숲과 공원 산들 사이로 허디슨 강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구름한 점 없는 날은 멀리서 아스라이 보이는 콘크리트 숲 마천루의 대도시 맨하탄은 눈안개에 가려져 있다. 순백의 고요와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는데 매서운 강풍이 휘감으며 산등성이 가파른 암벽을 기어가듯 탔다.
눈보라 속에 얼어붙은 겨울산은 춥고 눈발이 날리는 산길 땅은 얼음으로 미끄럽고 눈에 덮인 낙엽 위를 조심스레 걸었다. 걷다보니 땀이 나 겹겹이 입은 옷을 벗어 배낭속에 넣고 보니 일행들이 시야에 보이지 않아 서두른 발길로 인해 스틱을 잘못 잡아 넘어졌다. 눈이 녹아 물이 고인 진흙길 방수 등산화와 장갑 체온유지를 위한 안전산행을 위한 장비들이 겨울철 안전준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모든 일에 상황적응을 대처하는 능력이 배움 교육의 원천 목적이듯이 대자연 안에서 인간의 나약함으로 자기한계를 알게 되면서 겸손함을 배우게 한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면 산 아래 모습이 다 같이 보이듯 다 거기서 거기인데 상대적 비교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에서 깊은 안목을 주는 산이 주는 지혜의 선물 이다.
깊은 숲속 정막과 펼쳐지는 설경에 같이한 일행들이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나무에 걸린 트레일 표지판을 따라 다시 걸었다. 산중턱에 긴 일행들이 보이며 조금 더 가면 바람막이 벽난로와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쉘터로 향하였다. 나무에 수목장을 한 팻말이 걸린 이름아래 피스앤 러브 마크가 둥근 원 나무 목판에 새겨있다.
겨울나기로 하늘을 날던 새들과 다람쥐 곰 사슴들은 땅속과 동굴속에서 겨울잠을 자겠지, 산행=인생길 설산의 정적에서 사색과 자연 경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일행과 가도 혼자서 침묵으로 걸을 수 있는 등산은 앞서가는 이 중간에서 뒤에서 받쳐주는 산에서 자연친화적 배려와 행하는 나눔의 미덕을 보여준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가며 산 정상을 가기 위해 산중턱에서 쉬어감이 긴 산행을 할 수 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리듬을 따라서 가야 한다.
급함과 서두름으로 더 크게 펼쳐지는 자연의 대경전을 알 수가 없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청청한 맑은 공기를 느끼며 온 전신으로 스며드는 숨결을 감지해서 쌓여있던 독소를 내뿜고 순환시킴을 한다. 한국산과 미국산 다 다름의 경관을 즐기며 한국산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기후와 지형에 주어지는 문화와 국민성은 완만한 능선의 미국산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움 때로는 너무 매사 느리기에 기다리는 답답함이 있다. 한국산하 명산들 산세가 수려하며 가파르고 굽이치는 깊은 골 사이 산줄기를 넘고 넘어야 할 산맥에서 다이내믹하고 빠른 습성이 주어지지 않았을까?
겨울산은 노래한다. 봄은 연두빛 새순의 유아기, 여름은 초록빛을 뿜는 청년기, 가을은 황금빛 낙엽 중년기 겨울은 순백의 눈 노년기를 문자 스케치로 그려진다. 겨울산은 사계절을 다 담고 있음을 겨울이 길면 그 속에 봄이 피어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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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련/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