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폄하한 래퍼 가택수색

2018-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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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경호원들, 소말리아 가수 어머니 집 들이닥쳐

트럼프 폄하한 래퍼 가택수색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소말리아난민 출신 흑인 래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폄하하는 내용의 뮤직 비디오를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했다가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연방 비밀업무국(SS) 요원들에게 가택수색을 받았다.

‘치노오 카포 가다피’라는 예명으로 래퍼 그룹 ‘말리시아 말리몹’과 함께 활동하는 굴레드 디리예(30)는 지난 달 30일 SS 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두 사람이 켄트에 있는 자기 어머니 집에 찾아와 디리예를 찾고 있다며 집 수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들 요원은 수색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탁아원을 운영하는 그의 어머니는 집 수색을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이들이 끈질기게 요구하자 디리예의 누이가 “숨길 것이 없다”며 이들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디리예를 찾지 못한 요원들은 자기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쪽지에 적어 누이에게 건네고 디리예에게 꼭 전화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후 집을 떠났다.


시애틀 SS지부 소속인 이들 요원 중 한명은 시애틀타임스로부터 전화문의를 받고 처음에는 집 수색 자체를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가 나중에 “누군가를 찾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디리예는 지난 12월 트럼프와 비슷한 인물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붙인 그림을 레이니어 애비뉴의 도로 사인판에 걸어 놓고 반 트럼프 메시지가 담긴 래퍼 신곡 ‘덤 덤’을 노래하는 뮤직 비디오를 촬영했다며 그 비디오 중 일부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 SS의 비위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랩송의 메시지가 포크송 찬송가인 ‘쿰바야(kumbaya)’와 비슷하다며 “미국은 원래 외국인들이 건설한 나라이며 다양한 배경의 인종이 함께 어울린 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힘이 됐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디리예는 7살 때 가족과 함께 내란에 휩싸인 소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 시애틀에 정착한 후 온 가족이 시민권자가 됐다. 그는 4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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