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2018-01-31 (수) 편집위원
크게 작게

▶ 캠퍼스에서 놓치는 기회

▶ 대니얼 홍

대학의 커리어 센터와 글쓰기 센터(Writing Center)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최근 43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갤럽 발표에 따르면 대학생의 20%만이 그런 서비스를 이용한다. 나머지 80% 학생이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진학의 가장 큰 이유가 취업이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그에 따라 커리어 센터에서는 취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의 실무자 혹은 채용 담당자를 초청해서 그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시큰둥하다.

시큰둥한 첫 번째 이유는 “나는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이미 알고 있다”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다. 이런 태도는 부유층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는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의 가족 혹은 친척들 가운데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을 통해 인턴십 기회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일자리 찾기도 쉽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커리어 센터에 가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에 있다. 동부 소재 대학의 3학년 학생인 K는 이렇게 불평했다. “커리어 센터의 담당자들이 방대한 정보를 주지만 그 내용이 복잡해서 나한테 딱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그 불평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면“무엇이든 요구하면 금방 해결해주는 헬리콥터 부모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서 몇시간, 며칠을 헤메는 일은 귀찮아서 못하겠다”라는 뜻이 된다.

셋째 이유는 굳이 오프라인 커리어 센터를 찾아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웬만한 것을 찾을 수 있고, 만일 찾지 못하면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의 뒷면에는 “커리어 센터가 기숙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찾아 가기 귀찮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글쓰기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차일피일 미루는 습관의 결과다. 과제물 제출 마감일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2~3일 혹은 하루 전날 밤을 새워 쓰기 때문에 시간 약속을 미리미리 해야 하는 글쓰기 센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둘째, 주변에 떠다니는 족보를 의지하거나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업체에게 하청을 주기 때문이다. 한 두장의 과제물부터 시작해서 박사 학위 논문까지, 글쓰기 라면 무엇이든 대행해주는 업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골치 아프게 여러 번 교정을 요구하는 글쓰기 센터를 찾아 갈 이유가 없다.

셋째, 글쓰기 센터 혹은 커리어 센터가 캠퍼스에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든, 커리어 센터와 글쓰기 센터를 활용하지 않는 학생은 한가지를 놓치게 된다. 만남의 기회다. 졸업 후 어떤 모습으로 살든 어차피 사람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인터넷이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만남을 필요없게 만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않는 사실은 사람과의 관계, 즉 인맥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링크드인(LinkedIn)을 주로 이용하는 인맥 형성에는 제한이 있다.

대학생에게 캠퍼스는 소중한 만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선의 장소다. 물론 교내 클럽활동은 다채로운 만남의 기회를 주지만, 커리어 센터는 취업과 직결된 기업 실무자, 글쓰기 센터는 글빨 스타일을 배울 수 있는 선배, 즉 좀 더 실용적인 만남을 제공한다. 자신보다 깊고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을 만날 때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자신의 장단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조율하게 된다.

<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