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생활에 접목된 글쓰기를…”

2018-01-30 (화)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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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언어 교육에서 ‘쓰기’는 소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이다. 다른 언어 영역과는 달리, 선생님들의 노력에 비해 학생들의 실력이 늘어나기 어려운 분야인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쓰기 수업을 맡을 교사는 제비뽑기로 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가정에서 교육전문가가 아닌 부모님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클 수 밖에 없다.

한국어 쓰기는 어떻게 가르쳐야하나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한인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지도하는 데에 종종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허나 아무리 어렵다해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필자는 학령기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한글쓰기 지도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되도록 많은 단어를 접하게 하는 것을 권한다. 글쓰기 지도를 할 때는 주제를 정한 목적있는 글쓰기를 해야한다. 즉, 학생들은 실생활에 접목된 글을 써야만 글쓰기에 대한 계속된 흥미를 가질 수 있다. 이 때부터는 철자나 문법이 다소 틀리더라도 주제의 전달과 독자와의 소통을 더 큰 목표로 잡아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생활에 연관된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쉽고 의미있는 방법의 하나는 카드나 편지 쓰기이다. 가족간의 생일 카드는 서로 한글로만 써야 하는 규칙을 만들어도 좋다.

아빠의 생일에는 엄마가 함께 카드를 쓰고, 엄마의 생일에는 아빠가 카드 쓰는 것을 지도하면 된다. 한인 마켓을 가기 전에는 한글로 샤핑목록을 정리하게 하는 것도 좋다. 마켓에 가서는 그 목록을 보고 사야할 것을 찾아오게 한다. 작성된 목록은 부모님을 돕게 하는 역할도 된다.

또 한가지 방법은 한국어 잡지나 신문에 실린 비교적 짧고 쉬운 글들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글이어도 상관없다. 한글 교육에 관심있는 가정에는 대부분 한국어 동화책이나 과학전집같은 양질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책 속의 글들은 여러 페이지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쓰기 능력이 완전히 계발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책을 한눈에 보고 글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한눈에 들어오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글들이 작문 교육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함께 읽고 그 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글은 무엇을 전달, 혹은 주장 하고자 하는지, 흥미롭게 쓰여 있는지, 길이는 적당한지, 간혹 나오는 어려운 단어는 무슨 뜻인지,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자녀에게 글은 읽는 사람들을 고려해야함을 깨우치게 하게한다. 또한 글은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가 돼야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필자의 아들이 한국어로 써서 보낸 연말연시 카드를 받고, 고맙다고 전화하시는 어머니이다. 삐뚤빼뚤, 철자도 엉망인 한글로 쓴 글이 더 대견하신듯 하다. 카드 봉투에 주소도 한글로 직접 쓰도록 지도하였다. 무사히 배달된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다.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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