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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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을 해야 하는데…

2018-01-27 (토) 이상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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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환경을 잘 적응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국회에서 행사를 마치고 부평 백운역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 시간을 이미 30분이나 지난 상태였다. 그곳에는 한 부모 가정의 우리 아이들도 여러 명 있었다. 이중에는 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장애, 질병 등 기타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한계로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 또는 환경에서 대부분 혼자 사는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욱이라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눈이 실명에 가까울 정도인데다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어 검정고시를 해야 하는 형편에 있는데 이 아이는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하고 싶어 한다. 현재 생활에서 단 돈 2만원을 더 쓸 수 없는 형편이기에 엄마는 최소 5만원에 피아노를 가르쳐 준다는 제안에도 가르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몹시 마음 아파했다.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만두, 자장면 등이었다. 엄마들과 모두 자장면 집으로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었다. 아이들을 위하여 버스를 대절하고 서울시내를 관광하기로 약속하니 아이들 30여명, 엄마들이 10명 정도였다.

그중 한 엄마가 그날(23일) 하루 아빠가 되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아빠가 없으니 아빠를 불러 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그날 하루가 아니라 결혼 할 때까지 아빠가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밝고 예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아이가 “아빠를 친구들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지?”하는 것이었다. 하얀 머리 때문이었다. 당황했지만 바로 아이에게 “너희 엄마처럼 약간 갈색이 나도록 염색을 하면 되겠니?” 라고 했더니 아이의 표정이 해처럼 밝아졌다.

고민이 생겼다. 염색을 한 번 해 본 적은 있었지만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 안 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염색을 한다고 했으니 고민이었다. 약 7년전에 목회를 하시는 어느 목사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사모님께서 “목사님도 머리에 염색을 하시면 약 10년은 젊어 보이겠어요?” 하는 것을 “사람을 속이는 것 같아 못 합니다”했더니 목사님께서 화를 내신 것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목사님은 염색을 하시는데 그 말에 속이 상하셨던 모양이다. 용서를 구하고 그 후 염색에 대해 말을 조심하게 되었는데 내가 염색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 때부터 가슴이 뛰고 있다. 드디어 모레면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적어도 내일까지는 염색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필리핀에 있는데 용기를 내어 지금 이 지역 미용실을 기웃거리고 있다.

고민이 생겼다. 염색을 한 번 해 본 적은 있었지만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 안 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염색을 한다고 했으니

<이상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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