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관계는 1촌이다. 부부관계가 무촌. 형제사이는 2촌. 부부는 이혼하면 남남이 된다. 사돈의 8촌보다도 더 멀어진다. 그러나 1촌과 2촌 사이는 한쪽이 죽어도 그대로 남아 촌수를 유지하게 된다. 부부를 천생연분이라 한다. 그러나 헤어지면 그것도 끝이다. 살다, 서로가 싫어서 헤어지면 천생원수가 되어 버린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엄연한 인격체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다고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건 언어도단, 말도 안 되는 일이다. 2촌 사이의 자식과 부모관계. 관계를 잘 이어나가야 한다. 부모라고 자식을 우격다짐으로 다스리려 했다간 큰코다친다. 자식이 상전이란 말도 있지 않나. 자식눈치 안보면 괜찮은 거다.
그런데 자식들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자식들에게 쇠고랑을 채우고 마치 자식을 노예처럼 다룬 부모가 나타나 세상을 경악케 하고 있다. 데이빗 앨런 터핀(57)과 루이즈 애나 터핀(49). LA 근교 리버사이드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지난 14일 경찰에 연행됐다. 17살의 딸아이가 집에서 탈출해 나와 경찰에 신고하여 잡히게 된 것.
그들에겐 2세부터 29세까지의 13명의 자식들이 있었다. 이중 미성년자는 6명, 나머지 7명은 18세가 넘은 성인이었다. 구조당시 경찰의 증언. “아이들은 어둡고 역겨운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침대에 사슬과 자물쇠로 묶여 있었고 영양실조로 보였다”. 29살의 제일 큰 딸은 체중이 82파운드였을 정도로 모든 아이들은 말라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18일 열린 첫 인정심문. 학대, 감금, 폭행 등 12가지 죄목에 아버지 데이빗 터핀에겐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음란행위 혐의도 추가됐다. 이들 부부에겐 1,20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고 유죄로 확정되면 징역 94년형이나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단다.
부모의 책임. 너무나 무겁다. 누구든 부모가 되면 맛볼 수밖에 없는 책임감이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어느 부모에게나 다 있다. 13명의 자식들을 노예처럼 기르려했던 더핀 부부. 부모에 대한 개념조차도 모르는 정신병적인 사람들이다. 세네카는 말한다. 아이를 너무 구속하고 간섭하는 것은 아이들을 빗나가게 만든다고.
그러나 아이들을 무한 방치하는 것 또한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조력자의 역할과 멘토로서의 역할을 함께 할 때 아이들은 자신들의 갈 방향을 찾게 된다고 한다. 조력자와 협력자로서의 부모. 친한 친구와 같이 자식의 어려움도 함께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부모가 참 좋은 부모 아닐까.
<사임당, 빛의 일기> 한국의 모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엮은 신사임당의 이야기가 주제다. 이영애가 사임당역을 맡았다. 사임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이율곡과 화가 이매창의 어머니다. 한국 돈 5만원 권에 그의 초상이 새겨질 정도로 한국 어머니들의 모델이다. 독립적, 진보적이며 자아의식을 겸한 현모양처로 사가들은 평한다.
이율곡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진 신사임당. 사가들의 또 다른 평이다. “신사임당은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여 자식들을 교육시켰고 남편에게는 올바른 길을 가도록 내조하면서 7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시부모와 친정어머니를 잘 모신 효녀효부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역할. 7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였다.
터핀 부부에게서 노예처럼 살아온 13자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들은 현재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 1년에 한 번 이상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게 했던 그들의 부모. 그게 무슨 부모인가. 차라리 낳지나 말 것을. 도대체 왜 그렇게도 짧은 기간에 많이도 낳았을까.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들의 끈끈한 가족관계와 철저한 가정교육. 그들이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해매면서도 세계의 주역이 되게끔 만든 주 요인이다. 그들처럼 가족 간의 관계가 밀접한 민족도 드믄 것 같다. 어쨌든 자식은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 그래서 부모의 책임은 큰 거다. 만에 하나 터핀 부부가 유대인이었더라도 13자매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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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