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장발장은 배가 너무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였다. 그 결과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세인의 박대를 받다가 우연히 만난 주교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지만 그는 또 은식기를 훔친다. 하지만 주교는 자신이 준 것이라고 변명해 준다.
그에 감동해 장발장은 새 사람이 될 것을 작심했으나 그의 신분을 알아차린 경감에 의해 또 다시 철창행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결과는 장발장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헤어진 연인 코제트와 재회하면서 만족스럽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는 그때까지 숱한 수난을 겪으며 살아왔다. 배고픔에 빵 한 조각을 훔치면서 시작된 엄청난 대가였다. 이는 굶주림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장사 없다는 우리말이 꼭 맞아떨어지는 예화이다.
실제로 먹고 살기가 어렵다 보면 어느 누구도 절도나 강도 등 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최근 한국의 어느 조선소에 근무하던 한 가장이 실직 끝에 은행을 털었다가 이내 잡혀 철창행을 하게 되었다. 살기가 너무 버겁다보니 저지르게 된 그의 행위는 이해가 되지만 죄는 피할 수 없다고 한 뉴스앵커의 말이 아직도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계속되는 불황과 심각한 취업난의 고통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생의 목표와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실직이 4년전에 비해 무려 두 배나 늘면서 20대 실업급여 수급자가 전체 신청자중 2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취업포털 잡 코리아가 20-30대 498명을 대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꿈 중 하나라도 포기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85%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5포 세대가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면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것이 어디 한국뿐인가. 미국도 실직상태에 놓인 젊은이들이 적지 않고 직업이 있더라도 혼자 독립하기조차 힘들어 부모 집에 들어가 얹혀사는 젊은 캥거루족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실적으로 내집 마련은커녕, 당장 살아내기도 쉽지 않고 보니 나오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의 2030세대, 즉 새천년이란 의미의 젊은 밀레니얼 세대는 몸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1세대와는 현저히 구분된 세대이다, 이들은 로봇이나 초대형 집단지능 AL에 의해 인간노동이 점차 불필요해지는 시대에 태어났다. 이 세대는 첨단기술을 통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보상을 원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매일이 혁신이고 끊임없는 신기술을 경험하며 자라다 보니 기성세대는 이해조차 못하는 투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른 바 가상화폐가 이들의 유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점점 미래가 안 보이는 공포심과 불안감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이 암호 화폐 투자에 너도 나도 관심을 갖고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지 미국의 한인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한다.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무엇을 해도 힘들다 보니 가상화폐는 혹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인 듯하다. 즉 흙수저와 금수저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기는 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젊은 세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정부가 금지시킨다고 하자 왜 부동산 투기는 괜찮고 신기술 투자는 불법이냐고 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이들의 의견은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 신세를 탈피할 수 없는데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것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겠다는 데 대한 개인의 자유를 제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진취적인 사회에서 자유로운 투자라는 개념으로 볼 때 가상화폐는 정말 젊은이들의 현실적 비애를 희망으로 채워주는 도구가 될까 아닐까, 그 추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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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