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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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와 다이아몬드

2018-01-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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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은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을 맺었다.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동맹이란 뜻이다. 종래의 ‘아세아 태평양협력’을 넘어서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까지를 중국의 영향력에서 견제하려는 4개국의 새 정략을 세계에 표명한 동맹이다. 지정학적으로 이 네 나라의 위치는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즉각 반발하였다.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포위하여 압박하려는 도전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살벌한 군사동맹의 이름을 ‘다이아몬드’라고 지은 것도 기지(奇智) 넘치는 아이디어지만 군사적 강력함과 우정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나타낸 멋진 이름이라는 평이다.

이에 대항하여 중국은 ‘진주목걸이 해양실크로드’ 수립을 발표하였다. 옛날 중국 한(漢)나라는 육로로 유럽에 이르는 장대한 상로(商路), 실크로드(비단 길)를 개척하였는데, 이번에는 해로(海路)로 동남아세아와 인도양의 중요 항구를 아우르는 바닷길을 열어 미국과 일본의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에 대항하겠다는 의도이다. 이 다이아몬드와 진주의 맞대결은 태평양 인도양을 넘어 세계대전이 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양측의 군사행위이다.


옛날 중국은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 緋緞路)를 개발하였다. 중국에서 유럽까지 1,000킬로미터의 동서 무역의 길이다. 실크로드를 통하여 중국의 문화와 과학기술이 서구로 건너갔다. 실크로드에는 초원의 길도 포함되고, 광활한 사막의 길도 있다. 그러나 중국 상인들은 모든 어려움을 뚫고 유럽에 이르는 장삿길을 터서 무역을 하였다. 한(漢) 나라의 엄청난 노력을 오늘의 중국도 이어받아 이번에는 해로를 통하여 세계를 누비고자 하는 것이 시진핑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즉 ‘진주목걸이 해양실크로드’이다.

몹시 신경 쓰이는 것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에도, 중국의 ‘진주목걸이 해양실크로드’에도 한국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쌍방에서 제외된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외교적으로 난감한 처지임은 분명하다. 미국이 한국의 뒷받침이 되고 있으니까 당연히 한국은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의 보호 속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깨끗하게 한국도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에 끼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에 감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아 순방은 중국의 대립감정을 무마하고 아세아 자유진영의 결속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시기적절한 행보였다. 물론 트럼프의 주목적은 무역 불균형을 내세운 장사가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방문에서 트럼프는 한국으로부터 748억 달러의 미제품 구입을, 중국으로부터는 무려 2,535억 달러의 미제품 구입을 약속받았다. 그 대부분은 미국산 무기 판매이다. 한국이 구입한다는 원자력 잠수함도 그 속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역시 사업가 정치인이다. 그는 과정보다도 성과를 중시하는 철저한 사업가이다. 정치적인 분석보다는 ‘주고받는’ 실리적인 성과를 보는 것이 사업가의 두뇌이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에 대하여 언론들은 오히려 세계경제의 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회담을 치루고 난 뒤에 중국 국민들로부터 더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최강국 미국의 수뇌를 맞아 무난히 대국으로서의 체통을 지켜 냈다는 평가이다.

시진핑은 트럼프 환대를 위하여 일명 ‘황제의 성’이라 불리는 자금성을 통째로 사용하였고,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서재에서 만찬을 베풀어 트럼프를 만족시켰다. 트럼프는 시진핑 총서기가 취임 후 첫 국빈 영접으로 맞은 외국 대통령이며 이번 일로 국민들은 시진핑을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성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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