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자기vs 보따리

2018-01-20 (토) 천세련 /화가
크게 작게

▶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차 시연을 갈 때 차 도구를 담는 나무통에 보자기로 싸서 가져 다닌다. 찻잔들을 종이로 싸도 도자기들은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나무로 된 다구통과 바구니에 들고 다니다 부딪쳐 금이 간 찻잔이 있었다. 그 후론 차 시연때 들고 갈 때는 정성어린 마음으로 보따리로 동여매고 가슴에 품어서 안고 다닌다.

보자기는 1차원 평면에서 선을 움직여 2차원 면이 3차원 입체 보따리에서 옮길 수 있는 4차원 입방체가 된다. 한 점이 평면의 선으로 이어져 입체로 세워서 조각이 되는 과정이다. 규방문화로 여인네들은 오래전부터 실과 바늘로 1차원에서 4차원으로 평면과 입체 공예품들을 만들었다. 가족들의 한복을 지으며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서 조각보를 만들어 밥상보 덮개로 사용하였다.

재활용예술(Recycling Art) 창작산실은 여인들의 규방에서 혼수용과 장수와 다복 만수무강의 덕담을 수를 놓아 선물을 하였다. 한국의 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찻 자리로 2세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시음을 하고 나면 찻잔을 두 손으로 들고 자세가 달라진다.


국악의 다악과 단아한 한복과 자태 백자 달 항아리와 순백색의 백자 다관과 모시 발을 내린 한옥 창을 재현한다. 개인전 전시때 퍼포먼스(Performance)로 조형적 표현과 설치미술로 하고 있다. 1500년 한국 차 역사정신(유교, 불교, 도교) 삼교합일 사상으로 이어져 지금은 성당과 교회에서도 묵상의 시간을 한다.

차의 미는 다선일미로 차는 참선으로 명상과 묵상은 하나가 아닌 가. 한국인 정서에는 소박하고 은근한 절제의 미 품위와 격조를 지닌 담백한 절제의 미가 있다.

5년전 워싱턴 문화원 차의 향기 전시때 차 시연과 함께 한옥 창에 모시 발 설치작 긴 천을 천장에서 내려 그 뒤에 불빛과 소리 영상을 비추었다. 그때의 연작시리즈로 한옥 창호지 은은한 불빛을 연상하게 하는 빛을 LED(Light Emitting Diode)를 사용하였다.

한지는 찻물을 들여서 둥근 원으로 하고 모시 조각보는 한옥 문살 문양으로 오브제(Objet) 하였다. 깊어가는 겨울밤 한옥 문풍지에 비추는 은은한 불빛이 세어 나오듯 아련함이 고운 모시 발에 빛이 스며들었다.

옛 여인들 슬픔의 한 보자기와 보따리 사연들이 한없이 깊고 높은 세계속의 아름다운 한국의 미 자리매김 되었다. 새해 소망을 찻잔에 담아 다음 전시 작품의 세계를 연상하며 마셨다.

<천세련 /화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