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의 날개

2018-01-20 (토) 전미리/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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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아담하고 통통한 아줌마가 노래하는 이유 있다고 당당히 외치며 무대에 섰다. 반짝이는 롱드레스를 입고 마이크 앞에서 청중에게 미소를 던지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녀가 준비한 첫 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부르기 시작한다. 관중들은 침착하고 고요해졌다. 한곡 두곡 노래가 끝날 때마다 300여명의 청중은 박수를 친다. 평생과학계에서만 일해 온 최윤정 박사가 노래하고 싶은 자신을 무대에 올려놓은 것이다. 나는 그녀의 긍지와 용기에 감동이 되어 박수를 쳐야 할 손이 굳어버린 채 감상에 젖고 있었다.

그녀는 프로급의 성악가들이 잘 부르는 노래들을 9곡이나 불러주었다. 그리고 감미롭고 애틋한 사연이 깃들인 노래 ‘사랑의 기쁨(마르티니작곡)’과 오페라 아리아 푸치니작곡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마지막 곡으로 부르며 자신이 마련한 무대에 환희에 찬 여운을 남겼다. 꿈은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귀한 음악회였다. 윤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나 교회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한때는 유명한 웨스트민스터합창단 (뉴저지프린스턴)의 멤버가 되기도 했다. 또한 수학을 전공해서 버팔로에 있는 SUNY에서통계학박사학위를 받은 후제약회사에서일을 하게 되었다.

이번 독창회는 현재 몸담고 있는 존슨 앤 존슨에서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서 묶어 놓았던 무대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항상 노래하고자 하는 윤정씨에게는 노래의 날개를 달아준 따뜻한 남편이 있다. 건축가인 박웅서씨는 부인의 세밀한 관찰력과 집념, 꾸준한 실천의 노력이 존경스럽다. 이번 음악회준비 과정도 즐겁고 보람 있었다고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보여 주었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라고 말하던 세대의 사람들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살아 왔다. 그러나 예술적인 자기의 재능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독창적인 젊은 날의 꿈을 무대에 펼쳐보면 어떨까 한다. 이번 윤정씨가 막을 올린 무대는 우리 동포사회 문화의 의미 있는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각자에게 있는 탈렌트가 이웃을 즐겁게 하는 훈훈한 사회를 기대해 보면서 2018년을 맞이한다.

<전미리/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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