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사람들은 묵은 해의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다짐을 하며 여러 가지 결심과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마음먹고 굳게 한 자기와의 약속들이 대부분은 작심사흘로 끝나거나 흐지부지 되고마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다.
작년 한해는 워낙 요동치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격변의 세월을 우리는 살았다. 계획하는 일들이 착착 진행되고 순조롭게 성취되기가 좀 어려운가? 주위의 변수와 환경, 들이닥친 재해 등 우리는 좌절하고 한숨짓는 사태를 만나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새해 결심을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그 대신 한 화두를 꺼냈다. “뒤 끝이 깨끗한 사람이 되자.”로.
부와 권력을 장악했던 많은 사람들,특히 고위 당직자들이 부정한 일에 연루되어 줄줄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고, 또는 구속 수감되는 것을 숱하게 보면서,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족적이 깨끗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학벌이 우수하고 돈이 많은들 그 끝이 부정부패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말년에 그 끝이 깨끗이 마무리 된다면 그건 한 인간으로서 성공한 삶이라는 깨달음이 왔다.얼마나 위대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았는가에 앞서, 그것은 인간의 기본이 되는 것일 거다.
문득 법정스님이 떠올랐다. 평소에 그의 글에서 누차 ‘무소유’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필요이상의 것은 갖지 않는다는 소유의 개념을 스님은 강조하셨다. 그의 글에선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늘 피어났다. 영혼을 맑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의 마지막은 말끔하고 깨끗하게 한 줌의 재로 남아, 그가 사랑하던 숲속의 소나무 사이의 바람결을 타고 사라졌다. 완전히 자연으로 회귀하신 그의 결말은 너무나 청결하고 산뜻해서, 뒷 맛이 깨끗하다 못해 허허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일생을 맹렬하게 구도자의 길로 정진하신 그 분을 우리 범속인이 어찌 발꿈치나 따라갈 수 있겠는가! 우리로서는 그저 위대한 한 삶의 본보기를 감동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래도 나의 처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껏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느 화장실 벽에 붙인 글을 보았다. “뒤를 깨끗이 정리한 당신의 뒷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매일, 매 순간,매사마다 끝을 깨끗이 정돈하며 지나노라면, 또 그런 생활태도로 정신적으로도 살아간다면 깨끗한 인생의 끝맺음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무술년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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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애/뉴욕주 법정통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