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흙 속에 피어난 꽃

2018-01-17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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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세기경 로마제국의 속국이던 이집트에 한 왕의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늘 왕의 생각과 맞지 않아 자신이 왕권을 갖기를 소원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로마제국의 황제 시저와의 만남을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꾀를 내어 양탄자로 자신의 몸을 두루 말아 시저 앞에 가서 풀어놓도록 해 시저를 만날 수 있었다. 시저가 이런 계략에 감탄한 나머지 그녀를 남편대신 왕권을 승인해 주었다. 그 여왕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미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다.

그녀는 다국의 언어를 구사하고 역사와 철학을 두루 섭렵하고 있으며, 지혜와 능력이 탁월해 이집트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지혜와 능력으로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세계적인 여성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 ‘철의 여인’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권력행사로 국가 발전에 공헌한 마가렛 대처 수상,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이 있다.


미국은 지난 200여년 동안 여러 대통령들이 국가발전에 많은 공적을 남기면서 오늘날 세계 초강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러한 공적으로 마운트 러시모어산에 얼굴상이 조각된 미국의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건립을 위해 헌신한 조지 워싱턴,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안한 토마스 제퍼슨, 서부의 자연보호 및 파나마운하 구축 등으로 미국을 세계적인 위치로 올린 시어도어 루즈벨트, 남북전쟁으로 노예해방 선언을 가져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등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국가 안팎으로 전례없이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국가경제, 이민개혁 등은 물론 중동 문제, IS 테러, 지구촌 기후 및 북한 핵위협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은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온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뽑았다. 정치경륜에 상관없는 인물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일방적이고도 미국우선주의 이민정책 등이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 내 안정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제 75회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방송계의 스타 오프라 윈프리가 차기 대선 후보감으로 떠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흑인여성으로서 최초로 공로상을 수상한 윈프리는 이날 ‘진실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명연설로 청중들을 감동으로 몰고 갔다. 이것이 바로 청중의 힘, 그가 대선후보로 출마한다면 바로 유권자의 힘일 것이다. 과연 그녀가 훗날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이 나라의 암울하고 어두운 현실을 감동으로 몰고 갈 수 있을까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인들이 왠지 그녀에게 희망을 걸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그녀가 온갖 고난속에서도 잘 버텨내 성공적인 인간승리의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일 게다. 그녀는 사생아로 태어나 9세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10대 시절에는 마약중독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를 기어이 이기고 방송계에 도전, 전미국인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밑바닥 인생을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여성이다.

미국에도 탁월한 능력으로 국가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여성들이 있다.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외교에 뛰어난 활약상을 보였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도 도널드 트럼프와의 대권도전에서 밀려났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의 다수가 그녀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 또 하원의 첫 여성의장 낸시 펠로우는 미 건강 보험개혁안을 전격 통과시킨 인물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제 기존의 정치인들에 대한 피로감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을 정말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신선한 인물을 여전히 요구하는 추세이다. 이를 향해 미국인들은 또 한 번 오프라 윈프리 같이 능력있는 여성에게 백악관 입성의 기회를 주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의 꿈이 실현가능한 날이 올까?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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