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심 3일

2018-01-12 (금) 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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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우여곡절이 계속되는 우리네 삶이지만 신년을 맞이하면 누구나 새로운 결심을 한다. 주로 다이어트를 하여 체중을 줄이는 일, 술과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 (하기야 섣달 그믐날, 벽에 ‘ 내일부터 금연’이라고 붙여놓고는 새해 첫날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기에 아내가 결심한 것을 지적하면 ‘오늘’이 아니고 ‘내일’을 강조하는 남편도 있다.).

매일 좋은 책을 읽으리라는 계획, 가능하면 날마다 운동이나 산보를 한다는 결정, 남을 정성들여 려 물심양면으로 가진 것을 불우한 동족에게 나눠주겠다는 갸륵한 심정 등등.
하지만 선현들이 남겨둔 작심심일 (作心三日 = 품은 마음이 사흘을 못간다는 뜻) 이라는 표현처럼 결단심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선험이 있다. 우선 새해 첫날부터 음식을 조절하여 체중을 줄인다는 결심이 망년회 모임에서 계속 술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은 자리는 자정에 딱 그치지 않는다. 어차피 정월 초하루까지 계속된다. 결심 첫날부터 어기게 마련이다.

“너무 많은 결심을 하는 대신 실천을 더하라.”고 가르친다. “내일을 위해서 계획만 하는 사람은 오늘 실천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경고한다. “새해를 맞이한 지 며칠이 지나면 결심한 것이 얼마나 쉽게 포기하게 되느냐 하는 것을 직접 체험 하게 된다.”라고 위로도 해준다.


좀 길게는 4월 1일을 서양에서는 만우절 (April Fool’s Day)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견을 추가해야겠다. 정월 1일에 많은 안건을 작심하고 실천에 옮기려 노력을 했지만 석달 동안 최선을 다해도 마침내는 실패로 끝나는 것을 한탄 또는 자위하는 것이 4월 첫 날인 느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멋진 새해 결심은 더 이상 실천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하는 일이다.”라고 위로해준다. 따라서 금년에 실패로 끝나더라도 일년 후에 다시 새 결심을 하라는 권고가 있다. 모든 새해 결심은 시작할 시점에 가장 강하고 날이 지나갈수록 약해진다.

현명한 사람은 아예 신년이 되어도 아무런 새로운 작심을 하지 않는다.
조령모개 (朝令暮改 =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다시 고침)라는 사기 (史記)의 평준서 (平準書) 에 나오는 말이 “법령이나 명령이 자주 뒤바뀜”이라는 뜻이다. 정부에서 내리는 법/명령도 자주 변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니 각 개인이나 정부가 다 같이 변심하는 것은 매일반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민간에서 해석하는 것이 시간이 소요되기에 때로는 혼돈을 야기한다.

‘중년이란 넓은 마음과 좁은 허리가 장소를 바꾸는 시기’라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백세시대에 우리는 80세가 넘어야 ‘노인’이 된다고 한다. 늙으면 완고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건망증을 실감한다. 마음이 좁아진다. 잔소리도 많아진다. 하지만 망년회 (忘年會)는 ‘그 해를 잊는 것’보다 ‘나이를 잊어버리는 모임’이라고도 해석한다.

나이가 들면 포도주처럼 늙는 것이 아니라 더 귀중한 존재가 된다는 위로의 말도 있다. 자녀와 손주들을 훈계는 하되 화를 내지 말아야 하고 젊은이들을 가르치더라고 교만해서는 안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 않는가! 작심3일보다 굳센 결심으로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우리네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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