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Me too’

2018-01-06 (토) 김주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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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무엇을 감추려고? 숨기려고? 살짝 의심의 꼬리에 불이 당겨질 정도다. 뭐 매스컴에서야 항상 심심풀이 가십거리로 등장하던 사건들 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봇물 터진 듯 줄줄이 이어지는 건 처음인 듯하다.

한 해의 끝은 대형 산불에 각종 테러에 정치경제 등등. 대형이슈로 어수선한 때라 이상하고 수상한 느낌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그 상식적인 느낌을 불식시키는 일이 터졌다. 바로 작고 조그만 ‘#’ hash tag 해시택의 폭풍같은 소용돌이가 그랬다. 그 진실의 위력은 광풍처럼 미국 전 언론을 흔들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실은 SNS선상이 먼저였고 시작이었음은 주목할 놀라운 일이다. 정말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해야겠다는 마음은 ‘#Me too 나도...’그 절절한 공감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물 제작자 대부로 칭하는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 사건은 그 시작이었다. 그의 성추행 행각을 어찌 다 열거하랴, 오픈 된 여성만도 100여명에 가깝고 게다가 그의 사건은 워싱턴 정치인들과도 연관되었다니 그 파장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곧 바로 용감한 그녀가 등장했다. 앨리사 밀라노(Alyssa Milano) 배우 겸 가수인 그녀는 뉴욕태생, 아역 배우로 시작한 72년생의 전천후 연예인이다. 그녀는 오랜 긴 침묵을 깨트리고 혁명을 선포한 셈이다.


“If you’ve been sexually harassed or assaulted write ‘ME TOO’ as a reply to this tweet.
“친구들에게 제안합니다. 성희롱과 성폭력을 겪었던 모든 여성들이 “나도...”라고 적는다면 이 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 Me too’의 앨리사, 그녀의 성폭력 캠페인 ‘#’트위터다.(oct,15,17) 그랬는데 24시간, 하루 만에 무려 50만명의 숫자가 ‘나도, 나도, 나도…’에 불 붓듯 동참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연예인은 물론 유명 여류인사들, 학생들, 심지어는 남성들까지 합류한 커밍아웃 행렬은 분노의 함성 같았다. ‘me too’의 폭주는 우선 정계를 강타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앨 프랭컨’이, 또 다른 의원 ‘죤 코니어스’ 등 저들 성추행 폭로는 당연히 정계은퇴를, 심지어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까지 연루되면서 워싱턴 정가는 쑥대밭이 되었다.

그리고 곧장 문화, 언론계로 옮겨졌다. NBC 간판스타 앵커인 매트 라우어를 비롯해 유명공영 라디오 NPR의 데빗 스위니 보도국장, 미네소타의 MPR의 ‘캐리슨 킬러’ 진행자, CBS 뉴스앵커 찰리 앵커 등 강제 성추행, 성희롱 공개는 줄줄이 해고와 사임을 불렀다.
클래식 음악계다. 뉴욕 메트 오페라의 거장 제임스 러바인 지휘자는 평생의 예술 감독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많은 청소년들 성추행 혐의를 ‘ME TOO’가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아마도…’ 했던 일은 결국 오늘아침 뉴스에서 터지고 말았다. “트럼프에게 성추행 당했다, 그는 성 도착증까지 있다.”며 초장부터 강하게 나온 세 명의 여성들은 기자회견과 관련조사를 의회에 정식 요청한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인 ‘더 힐’의 발표다. ‘#’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덮칠 모양새다. 어찌 모두 다 쓸까.

태초에 창조주의 창조 법부터 불공평했노라고 반기를 들었던 소년기의 기억이 있다. 인권운동가 (Human rights)를, 페미니스트를, 열망했던 청년기의 객기도 떠오른다. 그 치기 어린 ‘반기 와 객기’는 시도 때도 없이 다시 살아 꿈틀거릴 때가 어디 한 두 번 이였을까. 지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 절반 의 숫자는 성적비하와 성적차별 그리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에 노출된 약자의 범주 안에서 살아 왔고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이 여성 인류학이다. 무슨 소리냐고? 여성 첨단의 시대 살고 있지 않냐고?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된 21세기, 아니 그 몇 세기를 앞선 다해도 성차별 유전인자의 뿌리는 더 깊게 파고들 것이다. 지금 이 시간도 지구촌 한편 에서는 수천만이 넘는 여성과 소녀 소년의 성 매매 폭력과 강제노동의 현대판 노예 현장을 CNN은 전하고 있다.

타임지TIME는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 ’#Me Too’ 의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선정됐다. 표지인물로 저들이 실린 타임지를 잊지 말고 사야겠다. 타임지의 논평이다. ‘공공연한 비밀을 밖으로 표현하고 속삭이는 네트웍을 사회적 내트웍으로 이동시키고, 우리 모두 받아드릴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한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고 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 ‘#’너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2017년 해가 저문다. ‘나도..’의 슬픔을, 눈물을, 분노를,가득 머금고….

<김주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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