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체스터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올드 타이머(Old Timer)다. 이 곳에 거주한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또한 나이도 많기 때문에, 명실공히 ‘올드 타이머’이다.
미국에 온지 40년이 지난, 즉 일제 강점 기간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낸 세대들이다. 2,30대 팔팔한 나이에, 미제라면 껌, 초콜릿부터 뭐든지 최고였던 시대에,미국에 오면 얼마든지 날개를 활짝 피고 훨훨 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만을 안고 찾아온 겁 없는 파이어니어들이다.
이들은 지역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적 행동반경이 다른 탓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외곽에서 살아 오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소식을 듣기위해 초기부터 30년 넘게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가정이 많다. 처음에는 며칠치가 한꺼번에 배달되어 구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목마른 사슴처럼 한국어로 된 신문을 애독해 온 충실한 애독자들이다.
뉴욕의 한국 일간지 중에서는 처음으로, 바로 이곳 웨체스터만 따로 취재하는 웨체스터 판이 생겼을 때에, 이제 드디어 한인 커뮤니티가 이들을 신경써 준다는 것이 반가왔고 이제 이들도 점점 주류 한인커뮤티와 가까와지는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2세, 3세들이 미국사회에 든든히 기반을 닦으니 미국 올 때의 희망이 거의 이루어진 셈이다.
처음 와서 수퍼마켓에 가득한 미제 물건에 감격하던 그들이 언젠가 부터는 ‘한국물건’이 그리워 오랜 시간을 플러싱으로 뉴저지로 다리를 건너다니곤 하다가 몇 년전에 처음으로 H마트가 들어왔을 때 정말 기뻐했다. 지금은 웨체스터 지역 한 가운데에 H 마트가 두 군데나 있어, 가려가면서 한국식품점을 갈 수 있는 호강을 누리고 있다.
이제, 웨체스터는 예전에 어떤 한국인들이 커네티컷 주와 웨체스터를 혼동하기도 했던 그 먼 곳이 아니다. H마트 뿐 아니라 이발소 미용실, 마사지센터, 식당 등 여러 한인 비즈니들이 생겨나면서, 올드 타이머들이 갈망하던 한인 커뮤니티가 서서히 웨체스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 한인들이 기대했던 만큼 많은 한인 비즈니스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보다는 속도가 더디다고 해야겠다. H마트 옆에 들어서 있던 미 동부에서 유명한 어느 유기농 수퍼마켓이 결국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무슨 상점이 들어설지 한인들은 관심이 많다.
제발 뉴저지나 플러싱처럼 다양한 맛집들이 들어설 수는 없는 것일까. 혹시, 일요일 교회 다과를 위해서 워싱턴 브릿지나 화이트 스톤 브리지를 건너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떡 전문집이나 반찬집 아니면 애들 돌잔치나 칠순잔치을 위한 한복 대여집이라든가, 사우나는 왜 아직 안 생기는 것일까.
매년 년초가 되면 열심히 끄적여 보는 좀 더 잘 살아보자는 작심 3일과 함께, 여기 웨체스터 지역에 한인들이 즐겨 찾아가는 한인 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지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려본다. 아니 소박한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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