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평등의 문제

2018-01-02 (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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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문제를 연구 추적하고 있는 ‘세계의 부와 데이터 베이스(약칭 WID World)’란 단체가 있다. 70개국의 경제학자 100여명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권위있는 연구기구인데 지난 12월 14일 중대한 발표를 하였다. 세계에서 경제생활이 상위에 속하는 인구는 인류의 1% 즉 약 7,600만 명뿐인데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부는 27%라는 것이다. 극히 소수가 부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득이 소수의 상위계층으로 몰려있다는 이야기다. 미국만의 조사로는 상위계층 1%의 몫이 1980년도에 22%였던 것이 현재는 39%로 급속히 상승하였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미국과 비슷하다. 이 두 나라는 모두 기업에 유리하게 세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이나 한국이나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법인세를 크게 내려 부자들에게 더 많은 몫을 안겨주었다. 한국도 상위 1%의 몫이 32.6%(1996년)였던 것이 2012년도 조사에는 44.2%로 급격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상황은 물가는 치솟는데 한 쪽에는 펑펑 돈을 쓰는 족속이 있고, 반찬거리 몇 푼 아껴 보려는 가련한 아낙네들의 시름이 있는 가하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코가 높은 무리가 있고, 반면 백수들의 초라한 얼굴이 있다. 저축은 할 수 없고 빛내어 생계를 이어간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사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빈부격차의 구조적인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첫째, 부실한 공교육을 들 수 있다. 고(高) 지식층과 저(低) 지식층의 소득 격차가 점점 멀어진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년 사교육비가 1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가구당 월 119만 원) 상위 20%의 사교육비는 월 32만원, 하위 20%의 사교육비는 월 4만원이다. 그러므로 공교육을 바로 잡지 못하면 국민은 사교육비에 짓눌려 질식하게 된다. 시급한 것은 대학 입학의 경쟁을 줄이고 입학 정원도 줄이며 실용성 있는 공교육을 시급히 회복하는 일이다.

둘째, 빈곤충이 고착화 되는 현상이다. 중간층도 상층으로 올라가기보다 하층으로 내려가기 쉬운 상황이다. 누구든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선진국의 3분의 1 정도이다. 유럽과 같은 사회 복지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에 전력투구(All-in)를 해야 한다.

넷째,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문제가 있다. 한국의 경우 비정규직이 전체의 3분의 1이다. 2년 전 만해도 고졸, 대졸, 2년제, 혹은 석사냐에 따라 소득이 10-20%의 차이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학력을 가져도 초봉의 차가 3천만 원과 1,500만 원으로 격차가 난다고 한다. 안정된 정규직이 드물고 대부분 계약직이나 임시직 혹은 프리랜서이다.

다섯째, 노령화와 가족 해체의 문제가 있다. 편부모나 노인 가구의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지금은 핵가족이어서 가족에 대한 경제적 의무감이 상실되었다. 이혼의 급증으로 편부모 슬하의 자녀들이 많다. 노령인구 대책, 가족 책임의 사회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희망이 있다.

한국의 대학생에 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38%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를 주리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지식층은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교육투자의 대폭 증가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하게 문제 해결을 향한 발걸음을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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