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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그 위대함이여!

2017-12-16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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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인류는 멸종돼 있을 거다. 남자는 아기를 낳을 수 없기에 그렇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 그것도 여자의 몸, 자궁에서. 요즘은 자궁 외의 임신도 있다지만 정상이 아니다. 인공수정도 수정된 후 여자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그리고 약 10개월 후 아기를 출산하게 된다.

이처럼 여성은 인류를 존속케 해주는 아주 귀한 존재다. 세계 인구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저 출산이 대세라지만 그건 특정한 나라에 한해서다. 2017년 10월 통계로 현재 세계 인구는 75억 7천100만 여명에 달한다. 이중 여자를 반으로 치면 37억 명이 넘는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인데 지금까지 여성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나.

미국의 온라인 사전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feminism)을 선정했다. 페미니즘은 정치, 경제/사회적인 성(性)평등이론 또는 여성의 권리나 이익 등을 지지하는 조직화된 활동을 뜻한다. 한 마디로 성평등주의와 여권신장운동이다. 이 운동을 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라 부른다.


페미니즘 운동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학계에 의하면 페미니즘은 크게 세 변의 변화를 겪는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지속된 여성의 투표권이 보장된 제1물결. 1960년대 시작된 고용 및 공적 용역에서의 기회균등을 주장했던 제2물결. 1990년대 이후 여성이란 주체성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한 운동인 제3의 물결 등이다.

페미니즘 안엔 종교적으로 이를 연구하는 패미니스트 신학(Feminist Theology)이 있다. 여성신학이라고도 불린다. 1960년 발레리 세이빙(Valerie Saiving)은 ‘인간상황 여성의 관점’을 발표했다. 내용은 그리스도교 신학의 중심 개념들이 남성의 경험들만으로 형성됐음을 폭로한 거다. 이 글은 여성신학을 열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활발해진 여성신학은 많은 여성학자들을 통해 오래된 가부장제와 여성차별과 압제의 역사를 비판하며 성서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실 기독교를 있게 한 예수는 어린아이와 여자를 가까이 두고 그들을 위해 준 진정한 패미니스트였다. 예수의 행적이 그려진 신약성경 공관복음엔 예수를 따르는 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수의 어머니와 누이들. 예수의 발에 기름을 부어 씻겨준 여인. 예수가 골고다의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할 때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 본 사람들도 여자들이었다. 또 유대인에게 잡혀온 창녀를 구해주는 예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이 여인을 치라”할 때 모두 돌을 버리고 사라진다.

이처럼 예수는 패미니스트였다. 그런데 신약성서의 절반을 쓴 사도 바울은 좀 반대였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14:32), 남자는 여자의 머리가 된다(고전11:3)는 등 여성의 남성에게의 복종을 강조했다. 정통 유대인이었던 사도바울의 이 같은 성경 기록을 두고 노벨 수상작가인 아일랜드의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는 바울에 대해 “여성의 영원한 원수(eternal enemy of women)”란 웃지 못 할 평을 하기도 했다.

패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남/녀 평등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그런데, 세상은 남성들이 오히려 여성을 떠받들고 살아야 할 때로 변한 것 같다. 남성들이 패미니스트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때가 지금이 아닐까. 특히 이민의 삶을 살고 있는 재미 동포들. 나이 먹을수록 아내를 귀히 여기고 떠받들어야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여자의 일생>. 모파상의 소설(1883)이다. 남편과 외아들에게도 버림받고 노파가 되어 쓸쓸히 마감한다는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거다. 소설의 주인공 잔느는 절망적인 일생을 살았음에도 인생이란 그렇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남편들이여, 아내를 떠받들지는 못할망정 배신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세상에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간이란 존재자체가 없었을 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암흑의 세상 같을 거다. 여성은 작은 신(神)과 같다. 인간을 잉태하고 인간을 출산하고 인간을 존재케 하기에 그렇다. 여성의 그 위대함이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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