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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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보내면서

2017-12-16 (토) 김영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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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산을 보니 도움 어디서 오나/ 천지 지은 주 여호와 나를 도와주시네/ 너의 발이 실족잖게 주가 깨어 지키며/ 택한 백성 항상 지켜 길이보호하시네

요즈음은 자고 깨면 온통 어두운 소식뿐이라 일상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살면서 넘어지지 않게 도와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이다.

얼마 전까지도 오색찬란하던 단풍잎들이 어느덧 하나 둘씩 다 떨어지고, 이제는 벌써 흰 눈이 펼펼 내리는 차가운 겨울이 되었다.


안 그래도 한파로 추운데 세상은 곳곳이 마치 망망대해 속에 배가 파손돼 가라앉은 것처럼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구촌도 곳곳이 깊은 바다에 일고 있는 성난 해일처럼 들끓고 있다.

나라마다 마치 성난 파도와 같이 아비규환이며 사악한 무리들은 이리떼처럼 영혼이 마비되어 고귀한 생명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앗아가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이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얼마나 숨이 막히고 힘에 겨운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강인한 의지로 여전히 꿋꿋이 잘 버티고 있다. 모든 게 다 감사할 뿐이다.

이는 모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모로 저모로 도와준 덕택일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말 한마디 전화 한 통화라도 건네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당신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사랑 덕분에 한 해를 무사히 잘 지내올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러면 금세 주위가 훈훈하고 포근해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위를 생각하는 나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꽁꽁 얼어붙은 경기, 몰아치는 강추위를 훈훈하게 녹일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우리의 마음만은 이런 노력으로 따뜻해 보자.

주위에는 경제적으로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틀림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 따뜻한 기도가 필요하다. 연말은 그런 이웃사랑이 특히 필요한 절기이다.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조그마한 것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것도 연말에 뜻이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김영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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