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요청이 있을 때마다 기쁨으로 벅차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단순하게 벽에 걸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경우 어떻게 설치를 해야 할지에 대하여 고민과 함께 연구를 한다. 장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쓰임새에 대한 부분까지 설치를 통하여 관람자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관람객과 보자기의 쓰임새에 대한 제한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관람객들을 위하여 한국적인 물건과 접목을 시켜 설치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미국에서 나무 기러기와 소반과 같은 한국적인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보자기의 여러 가지 원래의 목적을 보여주기 못하여 안타깝다.
보자기는 내가 어릴 때부터 사용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를 한다. 방이나 부엌 한쪽에 차려져 있는 밥상을 덮고 있는 밥상보, 책과 공책을 싸던 책보, 긴 겨울이 지난 후 잘 정리되어 낮은 장롱위에 올려져 있는 이불보, 나와 여동생이 쓰던 방 안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횟대보, 기러기보, 옷보 등으로 보자기의 기능성을 변형시켜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 기존의 기능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오브제를 이용하여 설치를 한다.
전시실의 조건과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몇 년 전부터 전시 작품을 설치하는데 주로 이용하는 재료는 길거리의 나뭇가지이다. 모진 바람에 힘없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에 아직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으며, 한복을 만든 후 버려질 수도 있는 천 조각들이 모아져 아름답게 만들어진 조각보자기와 어딘지 모르게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설치된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주로 버려지는 물건들을 이용하여 작품을 설치한다. 전시회마다 컨셉을 정하고 그 컨셉에 맞는 작품을 잘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와 같다. 이를 풀기 위하여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가면 작품설치에 쓰인 소재와 컨셉까지 자세하게 본다.
한때 독특한 액자를 구하기 위해 액자판매점들에 가기도 하고 해외여행중에도 액자를 구입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였지만, 결국 관람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은 작가의 혼과 정성이 담긴 작품의 내용인 것 같다. 그러므로 작품의 내용을 해치치 않는 설치가 중요하다.
1년 전에 전시회 요청을 받은 이번 11월과 12월 두달 동안 포트리 도서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입구에 있는 3개의 쇼 케이스에 작품을 전시하였다. 중간 크기의 보자기와 자수 작품으로 장식적인 면을 강조하여 쇼 케이스 하나를 채웠으며, 두 번 째 쇼 케이스에는 보자기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꾸몄으며, 나머지 다른 쇼 케이스에는 주로 매듭작품들이 많았다.
전통적인 매듭에 비즈와 목공예 소품같은 오브제를 접목하여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어 집안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후 버려진 나무 각목위에 걸었다. 도서관이라는 제한된 전시장의 특성상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모두 보여줄 수 없어 Artist’s talk을 12월14일에 열기로 하였다. Artist’s talk 시간에는 보자기의 쓰임새와 몇 가지 매듭을 직접 만들어 보여주는 시연회를 하여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보자기의 기능성을 보여주고 몇 개의 손가락으로 엮어내는 전통매듭을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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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금주/규방 공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