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길이나 부피, 무게를 재는 방법을 도량형이라 하며 이를 재는 기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측정의 표준이 되는 단위로는 길이, 무게, 시간, 전류, 온도, 물질량, 광도의 7개 단위가 있으며 이들 단위의 연구는 기초과학의 기본이 된다. 이 측정표준의 정확도에에 따라 과학 강국의 척도가 되고 있다.
국제도량형국(BIPM)은 1875년 국제 미터 협약에 의하여 설립되어 본부 프랑스 파리에 백금으로 만들어진 미터 원기와 킬로그램 원기가 보관돼 있고 똑같이 만든 두 종류의 원기가 각국에 보급되었다. 당시에는 자국의 미터 원기가 얼마나 정확한지 프랑스에 검사를 요청해야 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과학분야의 강대국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어느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미터원기 끝부분의 흠집을 발견한 후 국제 도량형총회에서 90%의 백금과 10%의 이리듐 합금으로 된 미터원기를 다시 만들어 공표하였다.
그러면 시간은 어떤가? 내가 한국 표준의 1차 연구기관인 충남 대덕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근무하던 30여년 전만해도 연구소에 3만년에 1초의 오차가 있는 원자시계를 보유하고 있어 더 이상 정밀한 시계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표준시간을 알려주고 있는 세슘 원자시계는 무려 6000만년에 1초가 틀리는 수준이다.
그러면 이렇게 시간 표준이 중요한 걸까? 만약 내 시계가 1분 느리면 기차를 놓칠 수 있고 1초가 느리면 전자 상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해 통신요금을 더 지불할 수 있으며 은행에 돈을 보낸 시각과 받은 시각이 서로 다르면 그로 인해 도난이나 부도처리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 100만분의 1초가 틀리다면? GPS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인공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은 4대 이상의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들이 모두 정확해야 하는데 이 경우 위치는 땅에서 무려 300미터나 차이가 난다. 또한 10억분의 1초가 틀리면 인공위성 발사에 차질이 생긴다.
과학은 급속이 발전해서 미터원기는 이미 역사속의 원기일 뿐이고 현재의 1미터는 빛이 진공상태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되고 있다.
요즈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과학에 근거를 두는 7개 기본단위 외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표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다고 한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 의료, 보건, 식품분야의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인증 표준물질을 개발해 내는데 박차를 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증된 표준물질, 시험, 교정서비스 등을 산업현장에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연구이다. 나의 바람은 이러한 연구와 병행하여 인간의 인성표준, 나아가 도덕에 대한 표준을 확립하는 연구를 통해 도덕성을 회복함으로써 서로 신뢰하는 인간관계가 수립돼 살맛나는 세상속에서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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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행/ 시인·노인상조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