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의 한 TV방송이 발표한 특종보도는 가뜩이나 어수선한 한국정계를 강타했다. 약 두달 전인 지난 10월말, 현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북한 고위층과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매개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중단 요구와 함께 한국 정부의 대화재개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북측 인사는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80조원 규모의 물자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연간 GDP가 40조원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의 ‘핵 협박’으로 들린다.
약 20년전 김대중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현대그룹을 동원해 4억5,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여 국정원 계좌를 통해서 북한에 보냈었다. 이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을 매수했다며 정권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야당의 주장대로 김대중 정부가 북한 핵을 완성하는데 일조하거나, 적어도 일정부분 이용당했다 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핵의 완성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직접적인 위협일 뿐만 아니라 세계 2차 대전의 전범인 일본에게 핵무장이라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국제 문제이다. 게다가 미국 동부까지 도달하는 핵 미사일타격 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똥이 아닐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 아직 미국이 공식적인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백악관의 모호한 최근 언행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한반도는 이제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 거꾸로 세계의 화약고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의 러시아 스캔들 논란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미국 여론은 여야 할 것 없이 싸늘하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대북압박은 겨울을 넘기면서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을 고조시킬 것이 뻔한데, 어쩌면 이것은 매우 계산된 전쟁준비 단계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이미 공약했던 사안이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극우 유태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유일한 버팀목인 러시아와 중국의 시각을 중동으로 분산시킨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북한을 코너로 몰아 타격하는 시나리오라면 더더욱 한반도는 이제 임계점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동쪽에 소란을 일으키고 서쪽을 친다는 이른 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현대판 포석이라면,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환호속에 펼쳐져야 할 평창올림픽이 만에 하나 모스크바 올림픽처럼 보이콧 되는 상황이 된다면 현 정권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면 올림픽에 대한 세계인의 피로도와 거부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들의 메카 즉 성지(聖地)로 참배자들의 행렬이 그칠 새 없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평양도 김일성 개인숭배의 성지로 기본인권의 인식조차 없는 북한 인민들의 행렬이 연중 내내 이어지는 곳이다. 올 겨울, 양대 성지는 신흥 세력인 트럼프와 피할 수 없는 한판의 결투를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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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안/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