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고 또 세우는 삶
2017-12-13 (수)
송영옥/뉴저지 이스트 하노버
세상에서 매인 것을 푸니 시간의 자유로움을 감사하게 되었다. 새장에서 풀려 나온 새처럼 훨훨 날아 로마 대제국의 발자취가 생생한 이태리를 다녀왔다. 생존을 위해 이주한 고대인의 정착지로 세운 발도르차 언덕의 성채 마을과 외세의 침략을 피해 늪지를 다져 삶의 터전을 마련한 수상 도시 베니스 그리고 지난 2,000년간 화산재 속에 파묻혔던 폼페이 유적지를 보면서 나 또한 45년전 미국으로 이주하여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어렵게 뿌리 내린 사실이 생각났다.
이제 나는 은퇴자가 되었다. 우리 인간은 모두 보기 좋은 곳으로 이주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산 잿더미위에 빽빽이 도시가 들어섰고 허리케인이 덮친 해변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홍수가 범람하는 강변에는 마을이 들어선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공자의 말처럼 새로 배우는 기분이 들어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의 시대가 가고 땅은 영원할 것인데 끊임없이 버티는 잡풀과 싸우며 짜증을 내다보니 어느 순간 마지막 잎을 장식하다 스르르 힘없이 지는 낙엽을 보면서 백발이 저 먼저 알고 찾아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겨울 바람을 맞아 부지런히 휘파람을 불다 보면 어느새 봄을 준비하는 새 순을 맺으리라.
<송영옥/뉴저지 이스트 하노버>